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1심 실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시작된 항소심에서 일부 위증 혐의를 제외하곤 재차 무죄를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이 현재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자책하고 있다”며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와 별개로 한 전 총리가 계엄에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은 사실과 법리를 명백히 오인한 것”이라며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 이진관 재판부는 지난 1월 21일 한 전 총리가 내란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구형보다 센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가 12·3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에 일부 국무위원을 추가 소집한 것이 정식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이 선포됐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고 판단하면서다. 또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을 논의하고, 계엄 선포문이 사후에 작성·폐기되는 데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은 “국무위원들을 추가 소집한 것은 윤 전 대통령 고집을 꺾기 어려워 반대하고, 설득하기 위함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극구 만류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돌이킬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 실체적, 역사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전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논의했다는 혐의에 관해선 “(녹음이 안 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만으론 혐의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변론했다.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폐기한 혐의에 관해선 “피고인에게는 ‘허위공문서에 서명한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고, 선포문 표지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인식이 없어 폐기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바 없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일부 혐의만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1심 실형 선고 후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한 전 총리는 이날 넥타이 없는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항소 이유에 관해 말할 것 있느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재판부에 한 전 총리 측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원심이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관해선 “유죄 판결이 선고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원심은 한 전 총리가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국회 상황을 확인하고 계엄의 국회 통고 여부를 점검한 행위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지난해 11월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선 선서를 거부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이 전 장관은 이날 선서 후에 “대통령실에선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를 다 만류하는 분위기였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