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현선이 개인전 ‘Second Nature’을 열었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5년 국내 유일의 쇄빙선을 타고 직접 경험한 북극이 배경이다. 강 작가는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참여해 극지연구소와 미국 내 과학자들과 함께 북극을 탐방했다.
강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화두는 변화하는 시공간 속 자아상이다. 그는 다양한 전작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스캔해 만든 인공지능(AI) 아바타 ‘루시(Lucy)’를 하나의 페르소나이자 독립된 주체로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본인의 경험과 루시의 시각이 교차한다. 실제 탐험에서의 경험과 루시의 시선을 교차하며 ‘기호로 재단된 자연’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제시한다.
전시의 출발점은 작가가 마주한 북극의 이질감이다. 기후 위기와 그린 워싱의 상징으로 소비됐던 북극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자연이라기보다 미디어에 의해 끊임없이 가공된 ‘기호’의 중첩에 가깝다. 이러한 비현실적 감각은 신작 회화에서 극도로 절제된 ‘매뉴얼’ 형식으로 시각화된다. 생존을 위한 해상 훈련과 화재 진압 과정을 마치 비상 상황까지 질서 속에 가둔 비행기의 ‘안전 매뉴얼’처럼 건조한 화면으로 옮겼다. 재난의 혼돈마저 인간의 질서와 체계 안에 있는 듯 연출한 이 장면은 대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문명의 오만함을 지적한다.
북극의 비현실성은 영상 작업 ‘아라온 로그’를 통해 가상의 내러티브로 확장된다. 쇄빙선의 가상 선원 루시의 시선을 따라 기록된 북극 항해는 자연이 감각적 경험의 대상에서 정보 체계 속 데이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심해 생명체와 지층이 인류의 지식 체계 안으로 편입되며 고유한 존재성을 잃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 탐험이 미지에 대한 경외인지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문명적 강박인지 묻는다.
결국 작가가 마주한 북극과 디지털 데이터, 그리고 이를 다시 캔버스로 옮긴 회화는 각기 다른 층위에서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대상의 실체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의 제목을 ‘제2의 자연(Second Nature)’으로 정한 배경이다. 가공된 기호를 실재보다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두 번째 본성에 대한 진지한 폭로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은 서울시 강남구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