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12일째로 접어든 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중동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다. 전날 미국이 “가장 격렬한 공습이 이뤄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양측은 서로 원거리 타격을 쏟아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곧 끝낼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이 강경 대응을 이어가면서 불길이 잦아들지 않는 양상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미 국방부(전쟁부) 청사에서 진행된 대이란 군사작전 브리핑에서 “오늘 이란에 대한 공격이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이라며 “가장 많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한 가장 많은 공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지옥 같았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개전 후 가장 심각했다”고 전했다.
공습으로 테헤란에 위치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 학교 무기 연구개발 단지가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군(IDF)은 “해당 시설은 IRGC가 탄도미사일 개발·생산 관련 시험을 수행하던 곳”이라며 “IRGC 해외 담당 정예군인 쿠드스군 본부 기반시설과 다른 무기 생산시설, 방공체계도 함께 공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방공망 장악을 강조한 만큼 이란 공군기지의 공습 피해도 막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 인근에 위치한 하타미 공군기지가 타격을 받은 사진을 공개하며 “최소 12대의 이란 군용기가 공습으로 부서졌다”고 전했다.
이란 본토 뿐만 아니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주변 친이란 단체 주요 거점도 타격을 받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집속탄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타격해왔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한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맞불을 놨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IRGC가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새로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주재 미국 외교 인력을 지원하는 대규모 군수 거점인 바그다드 외교지원센터(BDSC)도 공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그다드 공항 인근 BDSC에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며 “중동 전역에 분산 배치된 미국 외교 시설과 병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동 내 민간 인프라에 대한 타격도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공보국은 이날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 대한 드론 공습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드론 공격의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란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란은 전쟁 직후부터 주변 중동 국가들의 국제공항 등 주요 인프라를 사정권에 두고 집중 타격해왔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제 거점 공격도 예고했다. IRGC는 이날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우리의 은행 하나를 공격했다”며 “적들은 우리가 중동 내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제 거점과 은행을 공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이스라엘의) 은행에서 1㎞ 이상 떨어져 있으라”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이란과의 교전 과정에서 지금까지 미군 7명이 전사하고 약 14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 11일째인 지난 9일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공습이 시작된 후 이란 내 민간인 1300여명이 사망했으며 민간 시설 약 1만 곳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유가 등 경제 변수에 민감한 미국의 약점을 겨냥해 이란이 해협 주변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최근 며칠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 개의 기뢰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CBS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기뢰를 2~3개씩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선박들을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다며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2000~6000개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해 “어떤 이유로든 기뢰가 설치됐고 그것들이 지체 없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해협 인근에서 미군이 이란의 기뢰 부설함 16척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발사체가 선박을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전쟁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며 국제사회는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G7(주요 7개국) 지도자들이 이날 화상회의로 현재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같은 날 이란의 아랍 국가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를 가지고 전쟁 종식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두고 팽팽히 맞서면서 외교적 해법이 단기간에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곧 끝낼 것”이라 말하자 IRGC는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