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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놀이' 잔혹 갑질…미화원 때린 7급 공무원 징역 5년 구형

중앙일보

2026.03.11 02:54 2026.03.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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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청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7급 공무원 A씨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자신의 지휘 아래에 있던 환경미화원들에게 이른바 ‘계엄령 놀이’를 강요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원 양양군 공무원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주철현 판사는 11일 양양군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 A씨(40대)의 강요, 상습협박, 상습폭행, 모욕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괴롭힌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들이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장기간에 걸친 범행 기간과 방법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재판에 앞서 반성문을 제출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 큰 상처와 고통을 겪으신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직자로서 부적절하게 행동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형 생활을 하면서 저의 잘못과 경솔했던 행동을 돌아보며 후회와 반성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피해자분들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엄벌 탄원서 낭독 “인간으로서 큰 수치심”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엄벌 탄원서를 낭독하며 A씨에 대한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측은 “피고인은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인 욕설과 모욕을 했고, 이유 없이 발로 차거나 물을 뿌리는 등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며 “친구인 저희끼리 서로를 밟게 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등 인간으로서 큰 수치심과 굴욕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저에게 직장은 생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언제 또 모욕과 폭력이 이어질지 모르는 공포의 장소였다”며 “인간으로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 신뢰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괴롭혔다는 사실이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직장에서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용납되지 않도록 분명한 기준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계엄령 놀이’ 강요…폭행·협박 등 수십 차례

A씨는 지휘 관계에 있던 20대 환경미화원 3명(공무직 1명, 기간제 2명)을 상대로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60차례 강요와 60차례 폭행, 10차례 협박, 7차례 모욕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사소한 불만이나 기분 등을 이유로 쓰레기 수거 차량을 일부러 먼 곳에 세워 피해자들이 걸어가거나 차량을 따라 뛰게 하고, 차량을 고의로 천천히 운행해 업무를 지연시키는 등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유 주식 가격이 하락하자 “주가가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제물로 바쳐 밟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피해자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다른 피해자에게 발로 밟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멍석말이’ 방식의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주가 상승을 위해 빨간 속옷을 입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빨간색 속옷 착용 여부를 강제로 확인하게 하고, “주식을 사지 않아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며 1인당 100주씩 주식을 매수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비비탄 총을 발사하고, 불이 붙은 성냥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십 차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을 운전하던 중 운전대를 놓는 시늉을 하며 사고를 암시하거나 “말려 죽이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행인이 오가는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 사실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노동부 “양양군 대응 미흡”…과태료 500만원 부과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직권 조사를 실시하고 양양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노동부는 양양군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근로기준법 위반)과 피해자를 포함한 다수 직원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은 점(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을 지적했다.

다만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양양군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과태료 300만원 부과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500만원만 최종 부과됐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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