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銀銀. 한국 장애인 스포츠 간판 김윤지(19·BDH파라스)가 동계패럴림픽 새 역사를 썼다. 은메달을 추가해 최초로 한 대회에서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윤지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26분51초6의 기록으로 옥사나 마스터스(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두 선수의 기록 차는 20초였다. 켄달 그레치(미국)가 김윤지에 36초 뒤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스터스는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과 함께 동하계 패럴림픽에서 22개(금 12·은 7·동 3)의 메달을 따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윤지는 지난 8일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10일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추가했고, 세 번째 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김윤지는 한국 동계 패럴림픽 단일 대회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두 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선수는 2018년 평창 대회 신의현(금1·동1) 뿐이었다.
크로스컨트리는 설원 지형에 조성된 코스를 스키로 빠르게 주행하는 종목이다. 인터벌 경기는 30초 간격으로 출발해 2.5㎞로 구성된 코스를 네 바퀴씩 돈다. 장애등급 보정을 거친 최종 시간으로 순위를 가린다.
김윤지는 19명 중 16번째로 출발선에 섰다. 1.6㎞ 구간에 이어 세 번째 측정구간까지 마스터스에 앞섰다. 하지만 파워와 지구력이 뛰어난 마스터스는 역전에 성공했다. 절반 정도가 지난 구간부터 마스터스가 선두로 나섰다. 5.0㎞ 구간 랩타임에선 마스터스가 0.7초 앞섰다. 격차는 조금씩 벌어졌고, 김윤지가 마지막 바퀴에서 넘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김윤지는 빠르게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했다. 하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김윤지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코너에서 한 번 넘어졌다. 내가 훈련하면서 많이 넘어진다. 그만큼 또 빨리 일어나게 된다. '아직 안 끝났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왼쪽 뺨에 부상이 있어 밴드를 붙였는데 그 위에 태극기를 그린 상태로 나섰다. 레이스를 마친 후 '볼 하트' 세리머니도 펼쳤다. '스마일리'답게 환하게 웃었다. 세계 최고를 논하는 선수지만, 또 영락 없는 만 19세 소녀다. 경기 후 만난 김윤지는 "상처 부분에 밴드 붙였는데, 물리치료사님께서 태극기를 그려주셨다. 지금은 조금 번졌다"며 "세리머니는 육상 (정)종대 삼촌과 (이)채원이를 비롯한 친구들이 부탁했다. 힘든 레이스였는데, 전광판에 내 이름과 순위 보는 순간 힘이 다시 났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여자 좌식은 사실상 김윤지와 마스터스 ‘양강’ 체제다. 그리고 마스터스는 김윤지가 넘어서야 할 존재다. "워낙 대단한 선수 아닌가. 나도 계속 노력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바이애슬론에서 한 번 이기고 금메달 땄다. 정말 주행으로 붙었을 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스키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내가 여자 좌식 선수 중에는 가장 어리니까, 회복력 면에서는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은 후 "회복력으로 끝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지는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나 하반신이 불편하다. 세 살 때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고 중학교 3학년 때인 2020년엔 노르딕스키를 병행했다. 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를 타면서 장애인체전 동·하계 대회 신인상과 MVP를 휩쓸었다.
김윤지는 13일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과 14일 크로스컨트리 20㎞경기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윤지는 "마지막 바이애슬론 경기다.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 사격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 크로스컨트리 20㎞는 내가 모든 국제대회 통틀어 처음 출전하는 종목이다. 굉장히 떨리고, 또 설렌다. 처음이니까 즐겁게, 재미있게 경험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