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현지시간)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4년 만에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이번에 긴급 방출할 비축유는 4억 배럴로, IEA 역사상 최대 규모다.
IEA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IEA 32개 회원국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 시장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비상 비축유 중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오늘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EA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방해받아 현재 원유, 석유제품 수출량이 분쟁 전의 10% 미만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전략 비축유는 각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기간에 걸쳐 시장에 공급된다고 IEA는 설명했다. 일부 국가는 추가 비상조치를 통해 이를 보완할 예정이다.
전세계 원유소비량은 하루 약 1억 배럴이다. 4억 배럴은 산술적으로 4일치 소비량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부족해진 공급량을 메우는 목적인 만큼 수십일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현재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을 감안하면 방출량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도 이번 방출이 임시방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4억 배럴 방출은 시장 교란의 즉각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이나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흐름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운송 재개"라고 강조했다.
전략 비축유 제도는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1974년 IEA가 설립되면서 도입됐다. IEA는 회원국들에 순 석유 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에 해당하는 비상 석유 비축 의무를 부과하고, 비축분은 국가가 통제하거나 민간 기업이 보유한다.
IEA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현재 12억 배럴 이상의 비상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방출은 역사상 6번째이며, 물량 규모로 따지면 역대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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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
우리 정부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공조에 동참해 비축유 2246만 배럴를 방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IEA 긴급 이사회에서 4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공동 행동을 결의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방출 물량은 전체 4억 배럴의 5.6%에 해당한다. 국가별 방출 물량은 IEA 32개 회원국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개별 국가가 차지하는 소비량에 비례해 산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여건에 맞춰 방출 시기 등을 IEA 사무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IEA와의 이번 협력이 국제 석유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도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상황에 주요국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함으로써 국민경제 부담과 민생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