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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19) 매창(梅窓)에 월상(月上)하고

중앙일보

2026.03.11 08:02 2026.03.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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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매창(梅窓)에 월상(月上)하고
김천택(생몰연대 미상)

매창에 월상하고 죽경(竹逕)에 풍청(風淸)한제
소금(素琴)을 빗기 안고 두세 곡조 흩타다가
취하고 화오(花塢)에 져있어 몽희황(夢羲皇)을 하놋다
-청구영언 진본(珍本)

춘래불사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건만 아침저녁 바람이 아직은 차다.

매화 핀 창가에 달이 떠오르고 대나무 우거진 길에 바람이 맑다. 수수한 거문고를 비스듬히 끌어안고 두세 곡조 흐드러지게 타본다. 술에 취하여 꽃핀 언덕에 기대어 있으니 희황상인(羲皇上人)을 꿈에 보누나.

봄은 아름답다. 가인(歌人)이 만사를 잊고 자연에 몸을 맡길 만큼 황홀한 계절이다. 그가 꿈에 보았다는 희황상인은 전설 시대 중국의 복희씨가 나라를 다스릴 때 평화롭게 살던 상고인들을 가리킨다.

비록 세계는 전란이 그치지 않는다 해도, 우주가 우리에게 준 큰 선물을 감사히 받을 일이다. 옛사람처럼 삶의 찬가를 한껏 부르는 계절이 왔다.

“있잖아 불행하다며/ 한숨 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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