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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멈춘 기록…깰 때 됐잖아요

중앙일보

2026.03.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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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빈은 32년째 제자리인 육상 여자 100m 한국 기록(11초49)을 새로 쓸 기대주로 꼽힌다.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07) 보유자 김국영 대표팀 코치와 단점인 스타트를 보완 중이다. 올해는 일단 11초59 기록이 도전 과제다. 김성룡 기자
시작은 전남 무안군 남악초 3학년 때였다. 군내 초등학교 학년별 육상대회 80m에서 2등을 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듬해 군 대회와 도 대회에서 잇달아 정상에 올랐고 5학년 때 전국대회 100m를 제패했다. 이 무렵 ‘단거리 천재’의 재능을 알아본 전남체고의 제의를 받아 고교생 언니들과 합동 훈련을 진행한 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고3 때는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11초76으로 그해 여자부 최고 기록을 썼다. 실업 무대 첫해인 지난해에는 주요 대회 5관왕에 올랐다. 최근 여자 육상 선수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팬도 부쩍 많아졌다. 32년간 유지 중인 한국 여자 육상 100m 기록(11초49)을 새로 쓸 기대주 이은빈(20·광주시청·사진)이 달려온 길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반부로 나무랄 데 없지만, 해피엔딩까진 갈 길이 멀다. 100m에서 0.27초 차는 마음 먹기에 따라 좁힐 만한 간극이 아니다.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11초2대를 달려야 하고,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11초00 안에 들어야 한다.

첩첩산중이지만, 스무 살이 된 올해 호재를 만났다. 대한육상연맹이 16년 만에 여자대표팀을 꾸린 것이다. 그간 성적이 나지 않아 외면 받았지만, 지난해 이은빈을 비롯한 계주팀이 11년 만에 한국 기록을 세운 것을 계기로 지원 시스템이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한국 남자 100m 최고 기록(10초07) 보유자 김국영(35)이 대표팀 코치를 맡아 후배 양성에 나섰다.

김 코치의 눈에 이은빈은 미완의 대기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지만, 기본기가 부족하다. 기술 없이 힘으로만 달리려 한다”고 제자를 진단한 그는 “우수한 근력과 탄력을 갖추고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아쉬워 했다.

이은빈. [사진 윈윈스포츠]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이은빈은 “최근 골격근량이 1㎏ 늘어 27㎏이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매년 봄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시즌 초에 근력이 제대로 붙지 않은 게 이유였다. 이번엔 겨우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웠다.

이은빈은 자신이 구사하는 주법에 대해 “힘보다는 통통 튀듯 탄성으로 뛰는 스타일”이라 설명했다. ‘힘으로만 달린다’는 김 코치의 분석과는 정반대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걸까. 곁에서 차분히 듣던 김 코치가 “이은빈이 장점인 탄력을 활용해 가진 힘을 트랙에 잘 전달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간다. 조금만 힘을 빼면 기록이 좋아질 텐데,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고 부연설명했다.

단번에 확 바꾸긴 어렵겠지만, 폼과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이은빈은 “(이전에는) 동작이 작아 퍼포먼스가 크지 않았다. 올해는 팔 회전과 보폭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로 치면 타자가 타격 폼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다.

스타트 훈련도 열심이다. 이은빈의 장점은 레이스 중후반에 폭발하는 가속력이다. 반면 스타트가 다소 늦은 게 단점으로 꼽히는데, 발 앞꿈치로 지면을 차며 튀어나가는 대신 찍어 누르는 버릇이 문제였다. 이 또한 김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바로잡는 중이다.

올해 도전 과제는 11초59. 2년 전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을 0.17초 단축하는 게 목표다. 이후 내년께 한국 기록 경신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아시안게임을 거쳐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여자 단거리 선수의 최전성기는 25~26세. 스무살인 이은빈은 2032 브리즈번 올림픽이 열릴 때쯤 절정기를 맞이 한다.

중장기 계획의 첫 단추는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이은빈은 “5월에 열리는 대표 선발전 즈음이면 집중 연마 중인 새 주법이 자리를 잡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영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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