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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편법적 개헌 지적 나오는 재판소원…부작용 최소화 노력해야

중앙일보

2026.03.1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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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사회부 기자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12일 시행되지만 법안 내용과 통과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은 여전하다. 법원의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하면 확정판결이라도 뒤집을 길이 열렸다. 기존 3심제 구조가 사실상 4심제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분쟁 종결이 지연되고 소송비용이 증가해 실질적인 권리구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헌재는 “법원의 헌법 해석을 교정할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판결·재판 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법률 적용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101조 1항)나 ‘최고 법원은 대법원으로 한다’(101조 2항) 등의 헌법 조항에 위배돼, 하위 법률을 통한 편법적 개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기존 헌법과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인데도 사법3법 통과 과정은 국회 입법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다는 명분의 법안이 국민을 배제한 채 통과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가 되지 않도록 요건에 맞지 않는 사건을 상당수 각하하고, 충실히 심리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에서 승소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들이 헌재로 달려갈 수 있어 헌재가 상고심 불복률 25~30%를 기준으로 예상한 연간 1만여건의 수치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헌재도 재판소원과 함께 운영되는 가처분 제도와 관련,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헌재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반복해서 동일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헌법 위반이자 법률 위반인 재판, 법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로도 치환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전국법원장회의에 모인 법원장들은 재판소원 도입 부작용으로 “소송 당사자들이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 시행에 대비한 구체적 제도 정비에 대한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이런 여러 맹점을 안고도 법안은 오늘 공포 즉시 시행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위상 다툼을 하기보다 국민의 불편이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헌재와 법원 모두 제도 정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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