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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벚꽃 추경’ 드라이브 거는 당정…선거용 퍼주기는 안 돼

중앙일보

2026.03.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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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으로 ‘3고(고유가·고물가·고금리)’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당정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한계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 재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조기 추경을 공식화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민생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포함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여당도 추경안의 신속한 심의·의결을 약속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값 급등이 민생 경기를 어렵게 하는 상황에서 취약 계층이나 피해 기업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권거래세 증가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다”는 구 부총리의 말대로 초과 세수에 따른 여력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추경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우선 시장 금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6%에 육박하고, 회사채 금리도 뛰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회사채(무보증 3년물 AA-) 금리가 4%대를 찍었다. 국제유가가 뛰며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금리가 오르며 시장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나랏빚이 빠르게 늘면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 왔다. 1년 전 2.76% 수준이었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일 3.739%로, 국채 3년물 금리는 2.56%에서 3.43%로 뛰었다.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이 늘어난 탓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말 14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르고 물가가 뛰게 되면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키우게 되고 영세 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 취약 계층을 돕겠다는 추경이 서민 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역설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벚꽃 추경’의 필요성과 방식, 규모는 국제 정세를 면밀하게 살펴 검토돼야 한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인 만큼 선거용 선심 사업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과거의 숱한 추경이 그러했듯 민생을 위한다는 추경이 나랏빚만 키운 채 정치인 공약 사업 등에 허투루 쓰이는 일이 재현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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