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인생투를 펼친 베네수엘라 좌완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9)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40인 로스터에 승선했다. KBO리그를 비롯해 아시아 구단들의 러브콜에 거취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를 바라본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한 투수 트로이 멜튼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하며 헤이수스를 40인 로스터에 올렸다. 지난해 12월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초청 선수로 스프링 트레이닝과 시범경기에 참가했던 헤이수스는 ‘빅리거’로 신분이 변경됐다.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0일 아침 헤이수스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날 야간 경기가 있었고, 팀 훈련이 오후 1시라 잠을 자고 있었던 헤이수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몸을 뒤척이며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잠이 다 깼다.
전화를 건 사람은 스캇 해리스 디트로이트 야구운영사장. “시간이 되면 전화해 달라”는 문자가 왔고, 헤이수스는 곧바로 해리스 사장에게 콜백했다. 해리스 사장으로부터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헤이수스는 “정말 기쁘다.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다시 아시아로 돌아갈 기회에도 열려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내가 아이를 임신 중이라 아시아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지만 금전적인 면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디애슬레틱은 ‘디트로이트가 헤이수스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지난 2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던 그는 아시아에서 뛰는 제안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KBO 포함 여러 리그 아시아 팀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맷 매닝을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헤이수스 주시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에서 KBO리그 경험이 있는 헤이수스는 특급은 아니어도 2선발로 나름 준수했다. 삼성으로선 개막을 앞두고 급하게 데려올 수 있는 투수로 검증된 헤이수스가 최적이었다.
[OSEN=수원, 조은정 기자]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KT는 외국인 투수 헤이수스를, 삼성은 양창섭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1회초 KT 헤이수스가 역투하고 있다. 2025.09.21 /[email protected]
지난해 후반기 부진으로 KT와 재계약에 실패한 헤이수스는 보류권이 풀렸지만 KBO 다른 팀 재취업도 실패했다. 지난겨울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해 빠르게 몸을 끌어올린 헤이수스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1선발·6⅓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무자책)으로 호투했다. 지난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3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임팩트를 남겼다.
여세를 몰아 WBC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지난 8일 이스라엘전 선발로 나선 헤이수스는 5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이스라엘 타선을 압도한 헤이수스는 베네수엘라 WBC 한 경기 최다 8탈삼진 신기록도 세웠다. 40인 로스터 승선을 굳힌 결정타였다.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은 “헤이수스는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다. 다양한 공을 던지고,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다”며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투수라 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켜 그를 평가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진] 베네수엘라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BC가 끝나고 돌아오면 남은 시범경기에서 26인 개막 로스터 승선을 위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디애슬레틱은 ‘헤이수스는 트리플A 톨리도에서 선발로 투구 이닝을 늘리며 준비할 수도 있지만 디트로이트가 좌완 투수 3명을 개막 로스터에 넣는다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고 개막 로스터 진입 가능성을 전했다.
이어 디애슬레틱은 ‘지난 2023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메이저리그 2경기에 등판했던 헤이수스는 KBO리그에서 2년을 보내며 인상적인 수직 무브먼트에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렸다. 공 위쪽을 누르라는 조언을 받고 개선한 슬라이더 등 다른 구종도 다듬었다. 한국에서의 성적(평균자책점 3.81)은 좋았지만 압도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투수코치 요한 산타나를 통해 체인지업을 개선하고 있다’며 WBC에서 사이영상 2회 출신 좌완 산타나 코치와 함께하며 투구 레퍼토리가 더 다양해졌다고 했다.
어릴 적 산타나를 우상으로 삼았던 헤이수스는 이스라엘전에서 체인지업으로 8차례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빠른 습득력을 보이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또 한 명의 KBO 깜짝 역수출이 기대된다. /[email protected]
[사진] 베네수엘라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