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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족쇄 푼 트럼프처럼…여당 "李대통령 공소취소해야"

중앙일보

2026.03.11 13:00 2026.03.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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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던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 사건의 공소취소를 위한 공식적 발걸음을 뗐다. 민주당 ‘윤석열 독재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1일 ▶대장동 사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등 7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추진위 간사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정치 검찰이 만든 조작기소의 진상을 드러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국정조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5개 재판 중 형사소송법상 공소 취소가 가능한 1심 진행 사건은 대장동·대북송금·법인카드유용 의혹 등 3건이다.

최초에 민주당에 공소취소의 영감을 제공한 건 앞서 2024년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검찰이 잇따라 공소를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민주당에선 과거부터 “트럼프도 당선 직후 공소가 취소됐다. 국가원수로서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인 만큼,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도 취소되는 게 밎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박성준 의원)는 주장이 적잖게 나왔다. 일단 공소가 취소되면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없거나 공소시효가 남아있지 않는 한 재기소는 원천 봉쇄된다는 점도 한·미 공소취소 제도의 닮은 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참석자들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식 공소취소 논리를 이 대통령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차이도 크다. 대통령이 갖는 형사적 특권에 대한 헌법적 해석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4년 7월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기소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은 공식 행위에 대해 형사기소로 부터 절대적인 면제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2021년 1월 연방 의사당 폭동 선동·방조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은 첫 재임 중 사건이었던 만큼, 스미스 특검은 그해 11월 대선 이후 모든 사건을 공소취소 처분했다.

현직 대통령은 행정부 마비 우려로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법률고문실(OLC) 내부 지침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마련된 이 지침은 행정부 내부의 최종 해석으로 여겨질 만큼 강한 효력을 가져서다.

반면에 이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헌법 제84조는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을 보장할 뿐, 면책 특권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범죄 혐의도 대통령 임기 이전인 성남시장 시절 벌어진 의혹인 만큼, 미국식 면책 논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1년 1월 미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공소가 취소됐다. EPA=연합뉴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최근 통과된 법왜곡죄가 공소취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공소취소를 하면 그 뒷감당을 누가 할지도 문제다. 법왜곡죄로 인한 처벌 우려 때문에 공소취소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9일 열린 민주당 추진위 정책토론회에선 “지금 검사는 공소를 취소하면 자기가 죽는 것”(양부남 의원)이라며 공소취소 검사의 보호책도 강구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해 “공소 취소를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공론화)→특검수사→공소취소’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공소취소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트럼프식 단순 면책 논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강조해 여론전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특검을 가동해 공소취소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진술 회유 녹취록’를 거론하며 “국정조사를 하고 곧바로 특검까지 추진하겠다”(정청래 대표)며 수사 위법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로 공소취소 여론전을 본격화하면 법무부의 기류도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증거조작, 사건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도 여당의 공소취소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추진위 소속 한 의원은 “조작 기소의 실체만 밝혀낸다면 정 장관도 움직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성준 의원(왼쪽 세 번째)과 특위 소속 의원들이 11일 국회 의안과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희, 이건태, 박성준, 양부남 의원.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국정조사가 역풍을 일으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던 스미스 전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기소 정당성을 주장하며 스타가 된 것처럼, 오히려 공소취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소취소를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나, 통계조작을 감사한 유병호 감사위원에게 오히려 반박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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