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바깥쪽 뼈(외측상과)의 힘줄이 미세하게 손상된 병이 외측상과염, 즉 테니스 엘보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45)가 A의원에서 6개월간 135회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사실이 드러났다.
11일 건강보험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과잉진료 감시단)을 구성해 2024년 테니스 엘보 환자 65만 7434명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런 과잉진료 의료기관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미국 정형외과학회(AAOS), 대한정형외과학회의 기준과 일산병원 임상자문의사 의견을 토대로 '환자당 5회 이상 주사'를 과잉 진료 기준으로 정했다.
건보공단이 소개한 AAOS 기준에는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계열 주사는 연간 3~4회로 제한하며, 이를 초과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감소하고, 추가 주사로 인해 힘줄 손상 등의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고 돼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도 "스테로이드 주사는 급성 통증의 단기 경감 효과는 좋지만, 반복해서 주사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인 효과가 낮아서 제한된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적정진료추진단의 분석 결과 2024년 테니스 엘보 환자 중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사람은 17만 6984명(26.9%)이다. 2020~2024년 테니스 엘보 환자는 3% 증가했지만 스테로이드 주사 환자는 20% 늘었다. 1인당 스테로이드 주사는 1.7건이다. 연간 5회 이상 지나치게 많이 맞은 사람은 8425명(1.1%)이다.
스테로이드 과잉진료 의료기관 상위 10곳 중 5곳이 정형외과 의원이다. 가정의학과·내과·마취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 의원이 각각 1곳이다. 입원 병상 30개 넘는 병원급 의료기관도 1곳 있다.
A의원은 45세 환자에게 2024년 7~12월 스테로이드를 135회 주사했다. 주말·야간·추석 연휴에도 주사했다. 이 환자는 두드러기·수면장애·양극성 정동장애 등을 같이 앓았다. 건보공단은 "스테로이드 주사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유사한 작용을 해 환자의 다른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의원은 테니스 엘보 환자 245명 중 131명(53.5%)에게 연 5회 이상 스테로이드를 주사했다.
건보공단은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 효과가 좋은 약물 요법이지만, 과다 사용의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건보 적용 기준을 바꿔 환자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독일·프랑스·미국처럼 진료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되 기준 초과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의료기관에 대해 개선 권고, 수가 조정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환자 안전과 건보 재정을 지속해서 위협해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마다 급여비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지출 증가의 주원인으로 의료 행위량 증가를 지목했다.
과잉진료를 탐지하기 위해 건보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 나이스 캠프)을 구성했고, 공단 내 22개 부서가 참여해 급여비 분석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아울러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도입해 의사·약사 면허를 빌린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으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를 막을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6일 입장문에서 "특사경 도입은 권한 남용 우려로 국회에서도 신중하게 다루는 사안인데, 건보공단은 정식 절차를 우회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부당한 권리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