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이좋은 AI 포럼 2026’ ‘디지털시민성’ 교육 성과, ‘AI시민성’으로 확장
초등학교의 과학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균(菌)을 조사해 보자는 교사의 제안에 돌아온 학생들의 대답. “챗GPT한테 물어봐요.”
서울장평초 오유나 교사가 지난달 24일 열린 ‘사이좋은 AI 포럼 2026’에서 소개한 이 장면은 요즘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화다.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찾고, 답을 정리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있다.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AI가 학습 과정마저 대신하면서다.
AI가 정보를 찾아주고 답을 써주는 시대에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카카오와 카카오임팩트·BTF푸른나무재단이 공동주최한 ‘사이좋은 AI 포럼 2026’에서는 약 11년간 이어온 청소년 디지털 시민성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민성(AI Citizenship)’이라는 새로운 교육 의제를 제시했다. 이른바 ‘AI 네이티브 세대’가 등장하면서 기술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면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와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AI를 두려움 없이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여정”이라며 “AI 시민성을 갖춘 다음 세대들은 기술을 활용해 따뜻한 온기가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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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민성, 디지털 시민성의 연장선
‘AI 시민성’은 일상 속 도구가 된 AI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면서 그 영향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의미한다. AI가 정보 생산과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기술을 무조건 따르는 태도가 아니라 자기 주도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공존하는 힘, AI 기술을 윤리적이고 공정하게 활용하는 기준과 규칙을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역량까지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AI 시민성이 새로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2010년대에 등장한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일상에 깊이 들어오면서 교육 현장은 여러 문제를 경험했다. 허위 정보, 온라인 폭력, 개인정보 침해 같은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민성은 이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고 공동체 규범을 이해하는 역량을 뜻한다.
디지털 시민성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를 다뤘다면, AI 시민성은 ‘사람과 기술의 관계’로 범위를 넓힌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포용문화팀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관계 형성 방식까지 바꿔 놓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많은 청소년이 영상 콘텐츠를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시청하면서 짧고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지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 이용 습관이 아니라 사고의 속도와 정보 처리 방식 자체의 변화와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김 연구위원은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기본 구조로 법·기술·윤리 세 가지 축이 있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는 늘 제도보다 빠르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부터 푸른나무재단과 함께 청소년 대상으로 디지털 시민성 교육 프로그램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전국 2643개교 1만2795개 학급에서 교육을 진행했고, 누적 참여 학생 수는 28만 명을 넘는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배우는 것을 넘어 AI가 만들어내는 정보와 판단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교육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도티TV’를 운영하는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공동창업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콘텐츠 생산자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아이가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며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그 과정에서 올바른 기준과 방향을 알려줄 교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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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자라는 세대, 무엇이 달라지는가
포럼에서는 AI가 학습 과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재욱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최근 많은 대학생들이 문제를 정의하는 교수와 문제를 풀어주는 AI 사이에서 ‘배달원’ 역할만 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가 과제를 내면 학생이 AI에 질문하고, AI가 만든 답을 다시 제출하는 구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수행하는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 교수는 “AI가 잘하는 것과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AI에 계산과 실행을 빠르게 수행하는 역할을 주고 난 뒤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는 학습의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전에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정답을 어떻게 검증하고 판단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장평초 오유나 교사는 학생들이 탐구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AI에게 질문하려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학습의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AI가 이 과정을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결과를 더 빨리 얻는 환경에 익숙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SF소설가인 배명훈 작가는 AI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인간 창작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은 평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표현”이라며 “AI는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적인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인간 창작은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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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미래 인재의 조건을 다시 묻다
AI가 학습과 창작 과정까지 빠르게 바꾸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장대익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는 AI 시대의 미래인재에게 필요한 조건을 ^가치력(가치설정능력) ^책임감 ^이해력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장 교수는 AI로 얻은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남는다고 강조했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결과를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인 류석영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AI 시대의 교육이 단순히 기술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교육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 경험을 지키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임팩트 사무국장인 육심나 카카오 ESG성과리더는 “AI를 둘러싼 담론은 많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행동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함께 그려낸 AI 시민성의 청사진을 바탕으로 교실과 가정, 정책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