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같은 연차를 쓰고 나선 아버지와 친구들과의 외출을 잠시 미룬 딸이 한 테이블에서 마주한다. 대화는 나눌 수 없지만, 무언의 호흡으로 합을 맞춘다. 브리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브리지협회는 11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2026 브리지 챔피언십을 열었다. 브리지 챔피언십은 한국브리지협회와 현대백화점이 손잡고 만든 투어 개념의 대회다. 압구정본점을 기반으로 목동점과 판교점, 신촌점, 충청점 그리고 더현대 대구와 서울까지 7개 지점에서 포인트를 걸고 투어를 진행한다.
대회별로 획득한 점수를 바탕으로 성적이 우수한 팀들이 12월 무역센터점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그랜드 파이널 대회를 연다. 브리지 보급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다.
현대백화점은 브리지의 전진기지와도 같다. 전국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브리지 강좌는 매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수강생만 2000여명 안팎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브리지 챔피언십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날 개막전 개념으로 열린 압구정본점 대회에는 모두 118명(56개 팀)이 참가해 경쟁을 펼쳤다. 눈길을 끈 팀은 ‘부녀(父女)’ 조합. 경기도 양주에서 온 아버지 김유철(52)씨와 딸 김채하(12)양이었다.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에서 재직 중인 김유철씨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나선 김혜영 회장님의 활약을 보고 브리지를 처음 알게 됐다. 원래 보드게임을 좋아하던 터였는데 브리지가 본업과 닮은 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브리지는 4명이 함께하는 게임이다. 혼자 할 수는 없어서 가족에게 권유했다. 아내는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아들과 딸이 열심히 연습해서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브리지는 유소년 교육 확대를 올해 목표 중 하나로 세웠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교육부와 학교체육진흥회 등과 협업해 스마트폰에만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전략적 사고와 학습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브리지를 널리 알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날 대회장을 찾은 김채하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와 처음 브리지를 해봤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면서 “아쉽게도 아직 전국대회 입상 기록이 없다. 지난해 최하위를 했던 전주 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브리지를 국민 건강 스포츠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여가 문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 백화점 문화센터가 단순히 취미를 배우는 곳을 넘어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