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호주로 망명을 신청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7인 중 한 명이 가족을 우려해 귀국을 택했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죽을 거야"라며 절박하게 말렸지만, 안타깝게도 그 메시지가 전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ABC 뉴스'는 11일(한국시간) "이란 여자 축구선수의 어머니는 가족들을 향한 협박 속에서도 딸에게 '호주에 남으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호주에서 망명을 신청했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7명이 함께 찍은 사진 족 미소와 기쁨은 이 사건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여자 대표팀은 호주에서 개최 중인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3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 성적보다 더 관심을 모은 건 이란 선수들의 앞날이었다. 이들은 조국 이란으로 돌아가면 처벌이 예상됐기 때문.
이란 선수단은 한국과 첫 경기에서 굳은 표정으로 국가를 제창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란 국영 TV는 선수들을 '전쟁 시기의 반역자'라고 비난했고, 한 방송 진행자는 "귀국 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OSEN DB.
결국 이란 선수들은 호주와 2차저에선 국가가 연주되자 비장하게 국가를 불렀고, 거수 경례까지 했다.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압이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 애슬레틱'은 "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단 안에 있던 보안 인물들이 선수들에게 국가를 다시 부르지 않으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란 국제방송 '특파원 알리레자 모헤비 역시 ABC 뉴스를 통해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도록 지시받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 정권과 호주에서 선수들과 함께 있는 보안팀이 선수들에게 국가를 부르고 군식 경례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란 선수단이 고국을 떠나기 전 정부에 거액의 보증금을 맡겼고, 가족 정부도 모두 기록됐다며 가족 사업까지 혁명수비대에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호주 땅에서도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자들과 동행해야 했으며 호텔 밖 외출 금지, 공용 공간 이용 제한, 휴대전화 감청 등의 제재를 받았다. 가족들에게도 협박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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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호주에 남은 이란 대표팀 인원은 고작 6명에 불과하다. 먼저 월요일 밤 주장 자흐라 간바리를 포함한 선수 5명이 감시 인력에서 벗어나 망명을 신청하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날엔 또 다른 선수 1명과 스태프 1명이 인도주의 비자를 받았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은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의 선수들이 추가로 호주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할 가능성에 대비해 브리즈번과 시드니를 방문했다. 선수 한 명과 지원 스태프 한 명이 호주에 남기를 요청했고 나는 그들에게 인도적 비자를 발급하기 위한 서류에 서명했다"라며 그들은 이곳에서 안전할 것이다. 이곳이 그들의 집이 될 것이다. 호주는 그들을 환영한다"라고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반색했다. 앞서 그는 선수들이 이란으로 돌아가면 "대부분 죽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호주 정부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망명 사실이 알려지자 호주 측에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선수 한 명은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유는 역시 조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우려다. 이란 검찰청은 선수들에게 망명 시도는 '적의 음모'와 '감정적 선동'의 결과라며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돌아오라"고 위협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OSEN DB.
이를 들은 한 선수는 두려움 때문에 망명을 포기했고, 뛰다시피 비행기로 향했다. 호주 당국은 이란 대표팀이 시드니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선수들을 한 명씩 만나 따로 대화를 나눴으나 설득하지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선수 어머니가 보낸 절박한 음성 메시지가 제때 닿지 못했다는 점. ABC 뉴스가 입수한 음성 메시지에 따르면 해당 선수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마...그들이 널 죽일 거야"라며 호주에 남으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선수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이란계 호주인 커뮤니티가 공황을 통과하던 선수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계 호주인 데니즈 투프치는 "처음에는 호주에 남기로 결정한 것 같았으나 불행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꿨다. 지금은 쿠알라룸푸르에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란 측은 호주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걱정하지 말라. 이란은 두 팔 벌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미국은 이란 여학생 165명을 토마호크 공격으로 죽였고, 이제는 '구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선수들을 인질로 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