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공기업 역시 기존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경영혁신을 추진하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장의 문제를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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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벽을 넘어 현장의 해법을 만들다
한국동서발전은 발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규제개선을 통해 제도 혁신을 이끌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탄재 매립지 사후관리 규제 개선이다. 전국의 석탄발전소는 석탄 사용 후 발생하는 석탄재를 매립·보관하기 위해 약 18개의 회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석탄재 또한 산업 폐기물로 취급되어 기존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아왔다. 사용 종료 이후에도 30년간 사후관리 의무와 60cm 두께의 흙을 덮어 마무리하는 최종 복토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매립지를 흙으로 덮어 먼지 발생, 빗물 유입, 토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매립시설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더불어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 매립지가 신규 에너지 전환 발전소의 대체부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속도감 있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 인식도 확산됐다.
이에 한국동서발전은 석탄재 매립시설을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최종 복토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며 규제개선 논의를 주도했다. 2024년 5월 최초 규제개선 건의를 시작으로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검사기관 등 규제개선 관계 기관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적극행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올해 1월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조치로 환경오염 및 환경법규 위반이 없을 것(매립지 수위 관리와 지하수 등 수질측정 등 정기검사 시행)을 조건으로, 발전소 석탄재 매립시설의 사후관리와 최종 복토 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규제개선은 발전사가 주도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국내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동서발전의 동해발전본부와 신호남건설본부에 최초 적용되면서, 약 68억 원의 건설비 절감이 가능해졌다. 기후부에 따르면 향후 발전 5사가 동일한 제도를 적용받을 경우, 약 3,7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규 발전소 건설에서도 착공시기를 24개월 가까이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의 문제를 정책 개선으로 연결한 이번 사례는 규제혁신이 산업 경쟁력과 공공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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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다
규제혁신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기술 혁신은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축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발전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기반 에너지 플랫폼과 설비 진단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형 통합발전소(K-VPP) 플랫폼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분산된 발전 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해 운영하는 통합발전소(VPP)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동서발전은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 맞는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재생에너지 자원 연계, 출력 제어, 전력거래 알고리즘 적용, 발전량 예측, 유지보수 통합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재생에너지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 시범사업 참여를 통해 실제 전력시장 환경에서 운영 경험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발전 설비 관리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확대했다. 발전소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AI 설비 예측진단 솔루션(e-PHI)’은 설비 상태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이다. 2024년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기술이전된 이후 시스템 고도화를 거쳐 자메이카 전력공사를 대상으로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두며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확인됐다.
AI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더해, 한국동서발전은 관련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한 민관학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주, 양양 풍력 데이터를 공개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풍력 발전 예측 알고리즘 공모전을 2년째 개최하고 있다. 2024년 1회 대회에는 44개 대학 83개 팀, 총 188명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개최된 2회 대회에는 75개 대학 272팀, 총 706명이 참여해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실제 풍력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 미래 인재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1회 공모전 수상자 중 1명이 공모전 협력기업에 입사하면서 인공지능 분야 인재 육성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례도 만들어지고 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넘어 산업 혁신을 이끄는 것”이라며 “현장의 규제를 개선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한 기술 혁신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