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 13년 식물인간 환자에 첫 '수동적 안락사' 허용
생명유지 장치 떼 사망 유도…능동적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인도 대법원이 최초로 자국민에 수동적 안락사를 허용했다.
12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약 13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온 하리시 라나(32)의 수동적 안락사를 전날 승인했다.
인도에서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수동적 안락사가 인정됐는데 실제로 허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동적 안락사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서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으로, 약물 투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능동적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능동적 안락사는 인도에서 불법이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라나는 그동안 의미 있는 소통을 보여주지 못했고 자가치료를 위한 모든 활동을 타인에게 의존해왔다"고 밝혔다.
의료진도 라나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출신인 라나는 2013년 학생 기숙사 건물 4층에서 추락한 이후 줄곧 식물인간 상태로 있어 왔다.
수동적 안락사에 대해 스스로 의사 표시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부모가 수동적 안락사를 청원했다.
인도에선 안락사 논쟁이 2011년에 처음 있었다. 잔혹한 성폭행을 당한 후 42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온 간호사 아루나 샨바우그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느냐를 놓고서다.
대법원은 결국 샨바우그의 안락사 허용을 요청한 가족 청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샨바우그는 66세이던 2015년 폐렴으로 숨졌다.
다만 대법원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고 사법당국 승인이 있으면 수동적 안락사를 인정한다는 획기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존엄사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기존 판결을 바탕으로 이런 의견을 냈는데, 이를 근거로 수동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2018년 판결이 나왔다.
안락사는 전세계적으로 논쟁적 사안이다.
찬성론자들은 말기 환자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끝내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캐나다 등 극소수 국가들만 수동적·능동적 안락사와 엄격한 조건으로 이뤄지는 의사조력사망을 허용한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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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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