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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1조 관세' 조사에 한국 포함…상호관세 대체 '플랜B' 가동

중앙일보

2026.03.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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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원천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무역법 301조 관세 적용을 위한 조사 대상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하자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법 301조 등을 통해 관세를 계속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특히 한국을 조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전자 장비와 자동차, 기계, 철강, 선박 등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구조적 과잉 생산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USTR이 언급한 과잉 생산은 사실상의 ‘무역 흑자’와 유사한 개념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면 모두 징벌적 관세 부과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글로벌 동맹·분업 무시…“무역 흑자는 불공정”

USTR은 이날 한국 등 16개 경제주체를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대상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해 10월 30일 한국과 맺은 무역 합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어 대표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USTR은 이들 국가가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들의 과잉 생산은 공급망의 국내 복귀와 미국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잉 생산의 결과는 대규모 또는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라고 했다. 동맹 관계는 물론 글로벌 무역의 분업 구조와 관계 없이 단순히 미국에서 흑자를 내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 이날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가들은 사실상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순서와 유사하다. 지난해 기준 최대 흑자국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베트남, 대만 등 흑자 2~4위 국가가 조사 대상에 들었다. 8위 흑자국인 일본과 10위인 한국 역시 대상에 포함됐다. 아일랜드와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미국과 기존 무역협정을 맺었던 EU가 통째로 조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7월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기아자동차 차량 뒤편으로 미국산 테슬라 차량을 실은 운반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사로 과잉 생산능력 및 과잉 생산과 연관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국가가 대미 무역에서 기록한 흑자가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사실상의 요식 행위에 가까운 조사가 이뤄질 것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5개월 내 마무리”…상호관세 대체 목표

그리어 대표는 또 301조 적용을 위한 조사 착수를 발표한 이날 “목표는 무역법 122조가 만료되기 전에 (301조)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초점은 가능한 한 신속히 조사를 수행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 한 국가에 대한 301조 관세 적용을 위한 조사에만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지만, 이번엔 16개 경제주체에 대한 대대적 동시 조사를 5개월 안에 끝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결론 내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소위 ‘글로벌 관세’ 10%를 전 세계에 부과했다. 해당 관세의 시한은 150일이다. 연장을 위해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의회의 연장 동의를 받기는 불투명하다. 그리어 대표의 말은 5개월 내에 301조 조사를 마치고 이를 상호관세의 완전한 대체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미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가진 기자회견 도중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난을 퍼부은 뒤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USTR은 이러한 시간표를 고려해 서면 의견 제출 및 공청회 참석 요청 접수창구 개설(3월 17일), 제출 및 요청 마감일(4월 15일), 공청회(5월 5일), 당사자 반박 의견 제출(공청회 7일 뒤) 등 7월 하순까지 301조 관세를 발동하기 위한 빡빡한 일정을 함께 제시했다.



“기존 합의 유지”…추가 압박 가능성

그리어 대표는 상호관세를 내세워 조사 대상국과 맺었던 기존의 무역 합의에 대해선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한국이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 대상이 되더라도 관세율은 기존의 공동 팩트시트에 담겼던 15%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어 대표는 다만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의약품 가격, 수산물 시장 접근, 쌀 시장 접근, 해양 오염 등을 예로 들며 “추가적 301조 조사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문제 삼아온 한국의 디지털 규제 관련 법안을 명분으로 한 추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열어둔 말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낸 뒤 미 정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는 쿠팡 관련 사안이 추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향후 미국이 한국에 대미 투자 등 기존 합의의 이행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규제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지거나 품목 관세 대상 확대 등 민감한 수단이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최종 결론 나기 직전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301조 관세를 통해 압박해올 5개월 뒤에도 대미 투자 지연 등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6개 경제주체를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USTR은 특히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대규모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삼았다. USTR
실제 USTR은 이날 관보 게재문에선 “한국의 무역 흑자는 2024년 크게 확대돼 520억 달러에 달했다”고 강조하며 전자 장비, 자동차 등 핵심 대미 수출품이자 품목 관세 항목으로 지정된 분야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와 관련 그리어 대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새로운 232조 조치(품목 관세 확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이 행정부 임기중 가능한 선택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USTR은 과잉 생산에 초점을 맞춘 이날 조사 대상국 발표에 이어 12일엔 60여개국을 대상으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등에 대한 별도의 301조 조사 대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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