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젊은 활력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지금은 이 작품(연극 ‘빅 마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준우의 서울시극단장 임명 소식은 공연계에 화제를 모았다. 고(故) 김의경, 김철리, 문삼화, 고선웅 등 그간 서울시극단장의 면면을 비춰볼 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985년생인 이준우는 역대 최연소 서울시극단장이다.
젊지만 이미 작품성과 흥행력은 두루 인정받았다. 2020년 초연한 ‘왕서개 이야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2021년 초연한 ‘붉은낙엽’이 동아연극상 작품상·신인연출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작품상 등을 받았다. 2024년에는 뮤지컬 ‘홍련’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줬다.
이준우는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빅 마더’ 라운드 인터뷰에서 “서울시극단은 광화문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며 “광화문은 서울을 상징하며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곳인데 서울시극단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생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이에 대해 이준우는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는 시선이 있어 부담이 있긴 했다”면서도 “지금은 그걸 잊을 정도로 이 작품을 잘 올려야겠다는 생각만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우가 말하는 ‘이 작품’은 연극 ‘빅 마더’다.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 기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치와 미디어, 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풀어낸다.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작품으로 2023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연극 시상식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에선 초연이다.
이준우는 “서울시극단에서의 첫 작품에 대해 고민하다 ‘빅 마더’가 우리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줄 수도 있고 대중적으로도 재밌는 공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널리 쓰이는 ‘빅 브라더’ 라는 단어가 독재와 강력한 통제를 상징한다면 ‘빅 마더’는 ‘큰 엄마’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우리를 알고리즘에 따라가게 하며 우리의 생각을 조작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작품에서) 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며 “관객들이 넷플릭스를 볼 때처럼 쉽게 장면을 따라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테랑 기자 출신이자 ‘뉴욕 탐사’ 편집장인 ‘오웬 그린’ 역으로 조한철과 유성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기후 위기를 취재하는 ‘케이트블랙웰’ 역은 최나라가 맡는다.
조한철은 “어떤 경우에는 ‘이 시대에 이 작품을 왜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작품은 ‘지금 공연해야 할 연극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빅 마더’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믿고 판단해야 하는 지를 다시 묻게 하는 작품”이라며 “세종문화회관은 이 작품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사유하고 관객과 함께 질문을 나누며 문화적 담론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