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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학원 보내려 과외까지…사교육 월400만원 써도 "우린 적은편"

중앙일보

2026.03.11 23:51 2026.03.1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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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학원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김모(44)씨는 매달 약 40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글쓰기, 영어, 수학, 중국어 등 일반교과 학원비와 줄넘기, 태권도, 축구와 같은 예체능 교습비를 합친 금액이다. 김씨는 “그래도 하루에 학원 서너 개를 다니는 다른 대치동 아이들과 비교하면 우리 애들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학부모 김모(45)씨는 유명 수학학원에 초등생 자녀를 보내려 과외를 따로 시킨다. 이른바 ‘프렙 학원(준비학원)’이다. 국·영·수 세 과목만 따져 한 달 100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 그는 “처음엔 학원에 보내려 과외를 시킨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하니 따라가게 된다”며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사교육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자녀에게 학원 교습, 과외를 시키는 가구의 사교육비 부담은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19조4000억원)에서 2024년(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늘었다가 지난해는 전년 대비 5.7% 줄었다.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75.7%)도 전년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사교육 양극화'는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는 학생 비율은 늘어난 반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인당 지출 규모는 오히려 커졌단 얘기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2007년 관련 조사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주원 기자


소득 격차가 사교육 격차로…지출액 3.4배 차이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율 격차도 심해졌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당 사교육비는 66만2000원인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19만2000원에 그쳤다. 최고·최저 소득 구간 간의 격차가 약 3.4배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와 300만원 미만 가구가 각각 84.9%, 52.8%로 집계됐다.

가중된 사교육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다른 가계 지출을 줄이는 가정도 늘고 있다. 전북 익산의 중학생 부모 이모(45)씨는 “학원비와 교재비, 모의고사 응시료 등을 모두 합하면 월 9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늘어날 교육비를 고려해 연 2회 가던 가족 여행도 1회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가족 여행 줄여서라도 학원 보내야”

학부모들은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에도 사교육을 멈추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교육만으로는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경기도 용인의 중학생 학부모 김모(49)씨는 “주변에서 남들이 다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에 다니니,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해 안 시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공교육 강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학년별·교과별 교육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개별화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KEDI)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이 변해도 사교육은 바뀐 정책에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는 상황이라서 변화를 유도하기 쉽지 않다”며 “공교육 강화뿐 아니라 고액 사교육 규제, 대입 개편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에 주차된 통학버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전면 금지하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아 모집이나 반 편성을 위한 선발 시험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날 발표된 사교육비 조사에선 영유아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7월 영유아 사교육비에 대한 첫 본조사를 실시하고 내년 3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연.이보람.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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