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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도시' 두바이 충격 근황…단 2주만에 '유령 도시' 됐다

중앙일보

2026.03.12 00:37 2026.03.1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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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JBR) 해변에 설치된 선베드가 비어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두바이 해변과 호텔 등이 한산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중동의 관광·금융 허브인 두바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약 2주 만에 수만 명의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가 도시를 떠나면서 쇼핑몰과 호텔, 해변 바 등이 한산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전쟁 이후 두바이의 화려함이 사라지고 있다”며 관광과 금융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도시가 “존립 차원의 위협(existential threat)”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했다. 서방 국가들과의 군사·정보 협력 관계, 글로벌 금융과 관광 중심지라는 두바이의 상징성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두바이에서는 외국인 체류자와 관광객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도시 특성상 전쟁 공포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탈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해변 주점과 쇼핑몰, 5성급 호텔 등 주요 관광시설도 손님이 크게 줄어 한산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두바이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영국인 교사 존 트러딩거는 매체에 “두바이의 빛이 분명히 바랬다”며 “영국 출신 교사들 대부분이 갑작스러운 전쟁에 큰 충격을 받아 이미 떠났거나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미사일 경보를 받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미사일 위협 가능성”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고, 창문에서 떨어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반복된다고 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 속 방공 요격이 이뤄진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세계 최대 국제선 허브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 공항은 이날 공격 여파로 운영을 중단했다가 일부 재개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발사한 약 1700발 가운데 90% 이상은 UAE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지만 일부는 군사기지와 산업시설, 두바이 국제공항 등을 타격했다. 세계 최대 항공 허브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공항도 한때 운영이 중단됐다가 제한적으로 재개됐다.

두바이의 상징적인 관광지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도 공격 피해를 입었다. 이곳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 인근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중계되면서 공포가 확산됐다.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 자인 안와르는 호텔 인근에 세워둔 차량이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그는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행운이지만 전쟁 이후 관광객이 사라져 수입이 거의 없다”며 “많은 택시 기사들이 다른 나라로 떠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도 우려된다. 두바이는 관광 산업으로 연간 약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벌어들이지만, 다른 걸프 지역과 달리 대규모 석유 자원이 없어 관광과 금융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소득세·상속세 등이 없는 세제 덕분에 세계 각국의 억만장자와 기업들이 몰려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쟁으로 안전한 투자·관광지라는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시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보안 우려를 이유로 두바이 직원 일부를 대피시켰다.

칼레드알메자이니 UAE 자이드대 교수는 “현재까지는 UAE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전쟁이 10~20일 더 이어지면 관광과 항공, 외국인 기업 활동 등에 매우 큰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보스니아 사라예보 국제공항에서 두바이에서 대피한 가족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공항 도착장을 바라보고 있다. 중동 전쟁 격화로 두바이 체류 외국인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두바이 당국은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정보 통제에도 나섰다. 소셜미디어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올린 인플루언서를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공습 소리에 대해서도 “하늘에서 들리는 큰 폭발음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주메이라 해변에서는 여전히 관광객들이 칵테일을 마시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지만, 해변 바와 쇼핑몰, 호텔 상당수는 손님이 크게 줄어 사실상 ‘텅 빈’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외국인 이탈의 여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급히 떠난 관광객과 인플루언서들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례가 늘면서 동물 보호소에는 유기된 개와 고양이가 급증했다.

반면 두바이를 떠날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두바이에는 인도인 약 200만 명, 네팔인 최대 70만 명, 파키스탄인 약 40만 명 등 수백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살고 있다.

전쟁 이후 UAE에서 발생한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도 남아시아 노동자였다.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와 네팔인 경비원, 방글라데시인 운전기사 등이 미사일 잔해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두바이 외곽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일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노동자 에베네저 이브라힘은 “미사일이 걱정되지만 정부가 요격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고향에도 문제가 많다. 목표를 위해 여기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사일 잔해로 숨진 방글라데시 노동자 살레 아흐메드의 가족은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생 자키르 후세인은 “방글라데시로 돌아와 뉴스를 보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다”며 “형이 제대로 알았다면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거나 귀국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을 잃은 뒤 다시 두바이로 돌아가는 것이 견디기 힘들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생계를 위해 두바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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