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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미사일, 일본은 초계기…트럼프에 '찐동맹 인증' 선물 공세

중앙일보

2026.03.12 01:15 2026.03.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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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준비하고 있는 ‘이란전 지원’ 선물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종전 이전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호주가 먼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앞서간 가운데, 북핵과 대중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은 더욱 정교한 접근법을 고심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른 곳은 호주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미국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일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는 걸프 국가들을 돕기 위해 보잉 E-7A 웨지테일 조기경보통제기를 현지에 배치하고,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지원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또 자국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소속 선수 등 6명의 망명 의사를 받아들였다. 이 조치 역시 트럼프가 지난 9일 트루스소셜에서 이란팀의 망명 허가를 촉구한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위대 초계기 및 공중급유기 파견 카드를 검토 중이다. 또 트럼프의 군사 지원 요청에 대비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호위 및 기뢰 제거 등을 위한 해상자위대의 파병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대중 견제 성격이 짙은 인태 동맹이 중동 분쟁에서 역할을 하는 구조로 확장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예상 밖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온 ‘동맹 현대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이번 이란전쟁의 성격이 명료치 않은 것과 별개로 미국의 대규모 군사 작전에 대해 동맹국인 한국 정부도 입장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같은 인태 동맹인 일본과 호주의 움직임이 신경 쓰이는 대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미 핵추진항모에서 연설했다. AFP=연합뉴스
중동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온 인태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동맹 기여도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성향과 무관치 않다. ‘뒤끝’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다.

트럼프는 지난 3일 기지 사용을 거부한 스페인에 “무역을 끊겠다”고 경고한 반면, 협조적인 독일은 극찬했다. 지난 7일 CBS 인터뷰에서 동맹의 지원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충직한 동맹은 이미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행동으로 답한 국가를 동맹 우선순위에 두겠단 압박인 셈이다.

한국의 셈법은 한층 복잡다단하다. 무리한 지원으로 대북 억지력 공백을 초래하거나 한·중 관계를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저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중국과 거칠게 각을 세워 다카이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한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 전력 반출과 관련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한미군 자산 반출 문제는 ‘대만 유사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 더 민감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고위 관료를 지낸 조구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한미군 전력 이동의 선례를 남길 경우 중국이 민감해할 수 있단 게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일 것”이라며 “향후 대만 사태 유사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비쳐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3.10.
동시에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동맹의 전쟁’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 벌써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징후들도 포착된다.

이란전과 관련해 지난 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미 국방부(전쟁부) 엘브리지 콜비 차관과 통화하며 관련 입장을 들었다.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10일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직접 통화했다. 이런 대화 상대의 차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중시도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부각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구래 연구위원은 “이를테면 호르무즈 연합 호위 작전 참여는 원유 수송로 확보 등 우리 국익과도 직결돼 명분과 실리가 충분하다”며 “인태 국가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흐름 속에서 우리도 주도적으로 대미 카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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