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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사모대출 펀드런 공포…美클리프워터 환매 절반만 지급

중앙일보

2026.03.1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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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월가에선 사모대출(private credit) 펀드에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펀드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미국에선 사모대출 펀드에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펀드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펀드는 환매 한도를 설정하거나 인출을 막기 시작했다. 사모대출 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유동성 위기의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따르면 미국 사모대출 투자사 클리프워터가 운용하는 330억 달러 규모(약 49조원)의 사모대출 펀드에 환매 요청이 한꺼번에 몰렸다. 규모는 펀드 지분(순자산가치)의 약 14%로 역대 최대다. 환매 요청이 쇄도하자 클리프워터는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 지분의 7%로 제한했다.

사모대출은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 비(非)은행 금융사가 자금을 모아 중견ㆍ중소기업에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 대출의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2조3000억 달러(약 3395조원)로 2014년(5200억 달러) 대비 4.4배 급증했다. 이중 약 70%가 미국 시장이다. 운용사들이 자금을 모아 기업 대출에 투자하고, 대출 이자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상품이 바로 사모대출 펀드다.

김주원 기자
이번 사태가 클리프워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이달 초 블랙록의 자회사인 HPS 인베스트먼트도 260억 달러 규모의 사모대출 펀드(HLEND)의 분기 환매 한도를 전체 지분의 5%로 제한했다.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펀드 지분의 9.3%에 해당하는 12억 달러를 인출하겠다고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미국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이 3개 펀드 중 하나인 '블루아울 캐피털코프Ⅱ'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혀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다만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자사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전체 지분의 7.9%에 이르는 38억 달러 규모의 환매 요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이 빚을 못 갚을 가능성이 커진 게 이번 펀드런의 불씨가 됐다. 특히 사모대출은 기업가치 평가가 투명하지 않은 데다 부실 위험이 장부가치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iM증권에 따르면 대출 이자(현금)를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대신 갚는 PIK(Payment in Kind) 비중이 2021년 7%에서 지난해 3분기 10.6%로 늘었다. 사모대출 시장의 표면적 부도율은 지난해 3분기 2.46%에 불과하지만 실질 부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11월 사모대출을 “쓰레기 같은 대출”이라고 비판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의 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사모대출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이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이 고가의 구독형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산업의 수익성이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가 11일(현지시간) 소프트웨어 업계의 부실 우려를 반영해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사모대출 펀드는 은행 차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이 확대되면 금융회사로 위험이 전이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기보단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대출 시장 규모가 현재 2조 달러로,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사모대출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일부 개인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외 사모대출 펀드 잔액은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2023년 말(11조8000억원)보다 44% 늘었다. 개인 판매액도 11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급증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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