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 수는 이틀 새 450개를 돌파했다. 노란봉투법의 파급은 제조 대기업을 넘어 정보기술(IT)업, 건설업, 공공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는 각 부처 장관을 넘어 ‘실질적 사용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ㆍ3조(노란봉투법) 시행 이틀째인 11일 오후 6시 기준 46개 하청노조가 27개 원청 사업장에 추가로 교섭을 요구했다. 시행 후 이틀간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는 총 453개, 조합원 수는 9만8480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했다. 교섭 대상 원청 사업장 역시 248개로 늘었다. 지난 10일 기준 민간 기업 143개, 공공 부문 78개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늘었다. 전날보다 8건 늘어 총 39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원청들은 즉각 나서기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원청이 교섭 절차에 들어갈 때 밟는 단계인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한 곳은 6곳으로, 전날보다 1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에 이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대방건설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수용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사용자 개념 확대에 따라 교섭 요구가 늘어날까봐 우려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은 제조업과 달리 현장마다 공사 기간과 원가 구조, 하도급 계약 조건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교섭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쟁의가 발생할 경우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 부문 노조는 민간 부문보다 조직력ㆍ행동력이 강한 만큼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돌봄 노동을 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 등 5개 노조는 이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등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가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대통령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선언적·상징적 의미로 보고 있다”며 “해석 지침상 대통령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행정부의 상징적 수반일 뿐이며, 실질적 권한은 각 부처 장관과 산하기관장에 위임돼 있다”며 “또 교섭은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넓게 보더라도 교섭 단위는 각 부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그간 “정부는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밝혀온 만큼 정부도 각종 교섭 요구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한다는 방침이다.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우 개선 등을 협의할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등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이날 경기도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와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를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자회사가 많은 IT업계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온)는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불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질 사용자인 카카오가 고용 안정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IT업계에서 모회사 책임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