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초등생 남매를 키우는 김모(44)씨는 매달 약 400만원을 사교육비로 쓴다. 논술·영어·수학·중국어 등 일반교과 학원비와 줄넘기·태권도·축구 등 예체능 교습비를 합친 금액이다. 김씨는 “그래도 하루에 학원 서너 개를 다니는 다른 아이들과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학부모 김모(45)씨는 유명 수학학원에 초등생 아이를 보내려고 따로 과외를 시키고 있다. 이른바 ‘프렙 학원(준비학원)’이다. 국·영·수 세 과목에만 매달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그는 “처음엔 학원에 보내려 과외를 시킨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하니 따라가게 됐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자녀에게 학원 교습, 과외를 시키는 가구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났다. 12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총 27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19조4000억원)부터 2024년(29조2000억원)까지 4년 연속 늘었다가 지난해는 전년보다 5.7% 줄었다. 사교육 참여율(75.7%)도 전년 대비 4.3%포인트 하락했다.
‘사교육 양극화’는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는 학생 비율은 늘었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인당 지출 규모는 오히려 커졌단 얘기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60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0% 늘어, 2007년 관련 조사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 비참여 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45만8000원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격차도 심해졌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당 사교육비(사교육 비참여 학생포함)는 66만2000원에 이르렀지만, 300만원 미만 가구는 19만2000원에 그쳤다. 최고·최저 소득 구간 간의 격차가 약 3.4배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와 300만원 미만 가구가 각각 84.9%, 52.8%로 집계됐다. 경기도 용인의 중학생 학부모 김모(49)씨는 “주변에서 남들이 다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에 다니니,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해 안 시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공교육 강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학년별·교과별 교육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개별화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KEDI) 선임연구위원은 “공교육 강화뿐 아니라 고액 사교육 규제, 대입 개편 등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