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오른 한국 야구가 4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이하 도미니카)을 만난다.
도미니카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D조 최종전에서 베네수엘라를 7-5로 꺾었다. 4전 전승으로 D조 1위에 오른 도미니카는 14일 오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C조 2위 한국과 8강전을 치른다. 2009년 이후 3번의 대회를 건너뛰고 3전4기로 이번 대회 8강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은 지난 11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제공한 전세기 편으로 마이애미에 도착해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도미니카는 현역 빅리거가 대거 포진한 야구 강국이다. 일본·미국과 함께 이번 대회 3강으로 꼽힌다. 특히 타선이 무시무시하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수퍼스타들이 즐비하다. 마운드에도 한국전 선발로 나설 크리스토페르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비롯해 브라얀 베요(보스턴 레드삭스), 카밀로 도발(뉴욕 양키스), 산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 등 MLB 무대에서 정상급으로 인정 받는 투수들이 대기 중이다.
2012년 개장한 론디포파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형 돔구장으로 그라운드엔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11년간 MLB에서 뛴 류현진은 한국 투수진 중 유일하게 론디포파크 마운드를 경험했다. 토론토 시절이던 2020년 9월 마이애미 원정에서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 투수가 된 기억도 있다. 그는 “내가 빅리그에 있을 때는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었는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얘기를 들어보니, 이후 펜스를 앞쪽으로 당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이 뜨기만 하면 담장까지 뻗어나가던 도쿄돔과 달리, 론디포파크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MLB 30개 구장 중 홈런 부문 파크 팩터가 90으로 21위였다. 다만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가 타 구장보다 깊어 2루타와 3루타(이상 7위)가 많이 나온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투수 한 명을 잃었다. 호주전 선발 손주영(LG 트윈스)이 팔꿈치 문제로 미국에 오지 못했다. 대체재로 주목 받은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합류가 최종 불발됐다. 최고 시속 160㎞대 강속구를 뿌리는 빅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회 2주전 다친 종아리가 완벽히 회복 되지 않아 낙마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당장 한국에 있는 다른 투수를 부르기도 어렵다. 결국 엔트리 한 자리를 비워 놓고 8강전을 치른다”며 “도미니카는 세계적인 강팀이지만, 우리는 1라운드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맞대결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승을 거두고도 하루 전(11일) 이탈리아에 패해 탈락 위기에 내몰린 미국은 B조 2위를 지켜 간신히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멕시코와의 B조 최종전에서 9-1로 크게 이긴 이탈리아가 4전 전승으로 조 1위를 꿰찼다. 멕시코가 4점 이하로 득점하고 이탈리아를 꺾을 경우 미국이 실점률에서 뒤지며 조 3위로 내려앉아 탈락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탈리아가 승리한 덕분에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주장 비니 파스콴티노는 WBC 사상 최초로 한 경기 3홈런을 터트렸다.
A조에선 캐나다가 쿠바와의 최종전에서 7-2로 승리해 사상 최초로 8강 무대를 밟았다. 조 1위 푸에르토리코와 3승 1패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가 됐다. 캐나다는 미국과 오는 14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이 경기 승자가 한국-도미니카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