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이집트가 지금은 왜 이렇게 낙후된 상태인가?” 이집트 전공자로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자연스러운 질문으로 보이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좀 더 성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질문은 이집트를 낙후된 나라로 전제하는데, 서구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비교 대상도 한국 포함 20여 개 선진국에 불과하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가운데 일부가 표준으로 설정되고, 나머지 국가들은 그 기준에 따라 평가되는 구조다.
현대 이집트(사진)는 일반의 인식처럼 정체된 사회도 아니다. 90년대 이후 연평균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평균 수명은 늘고 있고, 에너지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 인구 역시 90년대 초반 약 5000만 명 수준이던 것이 1억 명을 넘어섰다.
경제 규모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남아공·나이지리아와 함께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6년 GDP 규모는 세계 42위다. 전 세계에 200여 국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 GDP는 세계 18위에 해당한다. 1인당 GDP는 세계 10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경제 규모로 보면 이집트를 낙후된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고대와 현대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문제다. 고대 이집트와 오늘날의 이집트 사이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두 시대를 단순히 연결하려는 것은 무리다. 같은 논리를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해진다. “강화도 주민들은 예전에 고인돌을 그렇게 잘 만들었는데 지금은 왜 안 만드나요?” 이 질문이 얼마나 황당하게 들리는가.
역사적 시간의 스케일을 고려하지 않는 사유는 잘못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정말로 고민해야 할 것은 ‘이집트는 왜 예전 같지 않냐’가 아니라 ‘우리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