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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민주당이 키워준 김어준 발 ‘공소취소 거래설’

중앙일보

2026.03.12 08:10 2026.03.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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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12개 혐의, 8개 사건으로 5개의 재판을 받아온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사건을 들라면 단연 대북 송금 사건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을 부하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를 통해 쌍방울 그룹이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통령이 되면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7년 8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는 이 대통령 재판에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취모’ 띄우고 사법 3법 강행
음모론 제기될 토양 제공한 자충수
‘조작기소’ 여부, 수사결과 봐야

민주당 친명계가 ‘공취모(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를 결성하고 검찰에 공소취소를 압박하는 대상 1순위도 자연 대북 송금 사건이다. 이 대통령이 필리핀 순방 중이던 지난 4일 SNS에 올린 글 역시 대북 송금 사건 관련이다.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로 면회온 측근에게 “(이재명에) 돈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검찰의) 사건조작은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 기사를 들어 ‘조작 기소’라면서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사건 당사자인 대통령까지 참전했으니 파장은 커지는 듯하다. 문제의 기사는 법무부 특별점검팀의 1600여 쪽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법무부는 이화영 전 지사를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연어 술 파티’로 이 전 지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조사해 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검찰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조작기소란 있을 수 없는 범죄다. 다만, 민주당이 언론 기사 등을 근거로 ‘조작 기소’를 주장하면서 공소 취소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인 것처럼 단정하며 정치 공세로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보다는 조작 기소 의혹의 공식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고검 TF의 결론이 나오기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대북 송금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는 서울고검 TF가 지난해 9월부터 수사를 해온 사안이다. 반년이 다 됐지만 수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현재까지 TF가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결과에 따라 대응을 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만일 검찰 기소에 조작이 있다면, 구체적 물증을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끌어내는 사법 절차로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거나 무시한 채, 정치적 힘으로 공소취소부터 밀어붙이는 건 일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는 향후 어떤 선례로 작용할 지 모를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과 그 주변 관련 7개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규명하는 국정조사요구서를 그제 제출했다. 국정조사에서 조작 기소의 증거가 밝혀질 경우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는 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그제 SNS에 올린 글에서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태도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이 대통령 관련 수사나 재판을 공소 취소 압박 등 힘으로 뒤집으려 한다면 대통령의 이같은 말과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제 김어준 유튜브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공소취소 거래’를 제의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해 여권 전체가 뒤집어졌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파동 등 ‘명청 전쟁’ 고비마다 친청계를 옹호해온 김어준씨가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대북 송금 사건에 거래설을 엮어 대통령을 ‘협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어준 측이 이런 충격적인 주장을 거침없이 터뜨린 데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문명국의 수치’란 비난에도 사법 3법 입법과 7개 사건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며 대통령 사법리스크 방어에 당력을 쏟아 부어온 행태가 검찰과의 ‘거래설’이 불거질 온상이 된 것 아닌가. 답은 하나다. 권력의 힘으로 사법질서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소취소 공세부터 멈추는 것이다.





강찬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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