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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퍼스펙티브] 초소형 학교 통폐합, 민사고 수준 초중고 300개 만들자

중앙일보

2026.03.12 08:14 2026.03.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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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공교육비 제대로 쓰기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의 복지 분야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것은 제법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의 분야별 재정지출 중 OECD 국가, 아니 전 세계에서 으뜸인 것이 있다. 국방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다. 바로 교육이다. 정확히는 초중고 교육이다.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절대 규모로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며, 1인당 GDP 대비로는 압도적인 1위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래픽 ①〉을 보자. 막대 그래프는 1인당 공교육비 절대액을 나타낸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2위이다. 그런데 1위인 룩셈부르크는 인구 60만 명의 소국으로 1인당 GDP 자체가 예외적으로 높은 국가이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가 1위이다. 꺾은 선은 나라별 1인당 GDP 격차를 제거하기 위해서, 1인당 GDP 대비 상대 비중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는 40%로서 압도적인 1위이다.

1인당 교육비 6000만원 넘는 곳도
민사고 수준 교육 제공하고도 남아

각 군마다 최고 공립학교 만들면
그 자체가 탁월한 지방소멸 대책

학교당 적정 학생수 유지할 필요
교육감 후보들에 제대로 요구해야

우리는 복지지출뿐만 아니라 총지출 규모도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그런데 어떻게 초중고 교육만은 탑일까? 초중고 공교육비의 가장 큰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이는 법에 따라 국세의 일정 비율(20.79%)로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매년 걷히는 국세의 20% 이상이 무조건 유치원 및 초중고 교육에 배정된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함에도 예산은 늘어난 덕에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매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교육재정은 국세의 일정 비율로 고정한 탓에 초중고 교육에 너무 많은 재원이 배분되고 있으니 이를 조정하자고 한다.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되는 국세 비율을 낮추거나, 아예 고정 배분 자체를 없애자고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재정에 칸막이를 쳐 놓고 다른 곳에 못쓰게 하는 것은 국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효과성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세계 최고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교육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국제학력평가(PISA) 성적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학습부진아 지원, 다양한 예체능 활동, 직업교육 등 학력 이외의 기준에서도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1인당 공교육비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교육의 질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학생 수가 감소하니 교육 예산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학생 줄어도 학교와 교원은 유지해야 하니 예산을 줄일 수는 없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 같다. 학생이 있는 한, 공교육은 제공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우리 공교육이 예산 대비 극악한 효과성을 보이는 것은 물론, 교육의 질도 형편없어지고 있다.

전교생 1명에 교직원 7명인 곳도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이 1명인데 교직원은 7명(교사 5인, 직원 2인)이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한 지출은 7억원이 넘었다(김학수 외, 인구축소사회에 적합한 초중고 교육 행정 및 재정 개편방안, 2023) 결국, 이 학생마저 졸업하자 폐교했다. 이 사례를 어찌 봐야 할까. 한 명의 학생이라도 남아 있는 한, 아무리 큰 비용이 들어도 공교육을 제공한다는 정부의 투철한 책임감에 감동해야 할까. 이 학생 입장으로 생각해 보자. 학창 시절을 친구 한 명 없이 혼자 보내는 것을 좋아했을까. 5명의 교사가 한 학생을 가르친다고 과연 교육의 질이 높았을까. 이 학교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수백 명이 다니는 중학교가 두 개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을 인근 중학교로 배정하고 교통편을 제공하는 게,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양질의 교육과 행복한 학창 생활을 위해 백번 나았을 것이다.

이 사례는 좀 극단적이지만, 전국에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학교는 제법 있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전체의 10%에 달한다. 전라남북도와 강원도는 30% 내외이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중고등학교 역시 초소형 학교가 매우 많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 수가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다양한 전공의 교사 확보, 충실한 수업 준비와 강의, 학생끼리의 협력과 경쟁 등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학생 수가 웬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교생 30명 이하인 초소형 학교의 1인당 교육비는 6000만원이 넘는다. 전교생 200명이 넘는 학교에 비해 6배가 넘는 액수다(이철희 외, 인구변화의 주요 부문별 전망과 대응 방향 연구, 2025). 그럼에도 교육의 질은 전교생 200명 이상인 학교에 훨씬 못 미친다.

초소형 학교의 증가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인구 감소가 맞물린 탓이다. 그러나 학령인구와 지방인구 감소 대응으로는 얼마든지 다른 해법이 가능하다. 민족사관학교(민사고)는 전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싸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의 1년 학비는 기숙사비 포함 3000만원이 넘는다. 학비 이외에 재단전입금 등도 고려하면 민사고 학생의 1인당 교육비는 4000만원이 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전국의 수많은 초소형 학교 1인당 교육비의 2/3 수준이다. 이는 초소형 학교에 투입되는 비용이면, 민사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①전교생 30명 미만의 동네 학교, ②민사고 수준의 기숙학교. 여러분은 자녀를 어디에 보내고 싶은가. 본인이 학생이라면 어디에 다니고 싶겠는가. 민사고는 예외적으로 학비가 비싼 곳이다. 이를 제외하면 아무리 비싼 자사고나 외고라도 학비는 2000만원에 못 미친다. 사립초등학교 중 가장 학비 비싼 곳도 그보다 훨씬 적게 든다.

전국 82개 군 마다 최고 초중고를
전국에 82개의 군이 있다. 모든 군에 민사고에 버금가는 중·고등학교, 영훈초교나 경복초교 못지않은 초등학교를 만들자. 적어도 모든 군에 하나씩, 수요 많은 군에는 두 개씩 만들면 초중고 합쳐서 300개 정도가 된다. 아, 초등학생은 기숙학교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집에서 다니고 싶은 중고등학생도 있겠다. 이런 경우에는 통학 차량을 대거 운행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도로망이 잘 갖춰져서, 군의 변두리에서 중심부까지 3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무료로 호화 기숙사를 운영하고 최고급 통학 차량을 운행해도, 기존 초소형 학교 유지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

귀농을 고려하는 후배들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이다. 귀농하려는 지역에 민사고에 버금가는 학교가 있고 무료로 다닐 수 있다면? 귀농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귀농할 판이다(이 얼마나 탁월한 지방소멸 대책인가!). 지금 초소형 학교로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정부가 맘만 먹으면 자녀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음을 안다면 심정이 어떨까.

민사고를 예로 들었지만, 그렇다고 민사고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서 할 필요는 물론 없다. 지역 특성에 맞되, 내용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면 된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에서는 해당 국가 원어민교사를 초빙하여 그 나라의 언어·역사·문화를 가르칠 수 있다. 아예 그런 목적의 외국어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아이들은 자긍심을 가질 것이고 훗날 많은 지역 전문가가 배출될 것이다. 충실한 직업교육으로 소문난 북유럽이나 독일을 뛰어넘는 최고의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세울 수도 있다. 매년 해외로 수학여행을 보내 견문을 넓힐 수도 있다. 원하는 학생은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체류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해보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만큼 재원은 충분하다.

학생 수 감소에도 한국만 초소형 학교로
정근영 디자이너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함에도 통폐합 대신 초소형 학교를 고집하는 나라는 우리 외에는 찾기 어렵다. 우리보다 앞서 학령인구 및 지방인구 감소를 겪었던 일본, 인구 대비 땅덩이가 커서 농촌 인구밀도가 낮은 호주나 미국 등은 통폐합을 통해 학교당 적정 학생 수를 유지한다. 이 나라들은 교육재정에 칸막이가 없어서 교육 지출을 줄이면 다른 분야 지출을 늘릴 수 있으니, 재정 효율화 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생 수 유지가 필요하다는 원칙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향후 10년 사이 초중고 학령인구는 30%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에 따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지금보다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조만간 교육재정 조정이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다. 이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풍부한 교육재정을 제대로 활용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창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권인 대한민국이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1위의 풍부한 초중고 공교육비라는 구명줄이 있다. 그럼에도 어른들의 이기심과 태만으로 인해 이 좋은 여건을 전혀 못 살리고 있다는 것에 나는 분개한다. 얼마 뒤에 교육감 선거가 있다. 유권자들이여, 세계 1위 재정에 걸맞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하자,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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