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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종전까지 거론한 트럼프, 그 뒤엔 이란전 3대 오판

중앙일보

2026.03.12 08:16 2026.03.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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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모호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헤브론에서 가진 연설에서 “너무 일찍 이겼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이겼다. 첫 시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한계에 이르면 ‘셀프 종전 선언’을 하는 방식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런 상황에 처한 데는 ‘이란 전쟁의 핵심 변수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판① 반격 수위 과소평가=먼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대응 수위를 과소평가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은 공습 이후 이란의 반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개전 이후 걸프 지역 미군 기지, 이스라엘 인구 밀집 지역이 잇따라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는 등 보복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군의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으로 핵시설이 공격받은 경험을 통해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군수물자 소진 속도도 예상보다 빠른 상황이다. 국방부는 최근 미 연방 의회 브리핑에서 개전 첫 이틀 동안 56억 달러(약 8조3000억원) 상당의 탄약을 소진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오판② 유가 쇼크 과소평가=미국의 가장 뼈아픈 오판은 ‘기름 전쟁’의 역습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지난달 18일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개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점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중동 석유 공급 방해 및 에너지 시장 혼란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가 상승 위험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발포하겠다는 이란 위협에 이어, 해협 일대에서 실제 선박 피격이 이어지고 있다. NYT는 “상업적 해운은 마비 상태에 빠졌고, 유가는 급등했으며, 기름값 상승이 촉발한 경제 위기를 진정시킬 방안을 급히 모색 중”이라며 “오판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판③ 이란 체제 변화 예측 오류=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후 이란 내 정치 지형 변화 예측도 빗나갔다는 지적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군 보좌진은 이란 고위 지도부를 제거하면 보다 유연한 지도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다. 이란은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를 세우며 체제를 유지했고, 충성 맹세가 이어지는 등 강경파가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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