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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유 최고가격제, 단기 비상조치에 그쳐야

중앙일보

2026.03.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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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석유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이다. 특히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건 1970~80년대 오일쇼크 때 외에는 시행된 사례가 없는 초강력 대책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물가 불안과 민생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어디까지나 단기 비상조치에 그쳐야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방안이 나온 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검토를 주문한 지 일주일 만이다.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정부가 다양한 정책 수단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최고가격제를 꺼냈는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부는 통상 유가가 급등할 때 유류세 인하나 취약층 보조금 지원, 비축유 방출 등의 수단을 우선 활용했다. 직접적 가격 통제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자원 배분의 왜곡을 피할 수 없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를 줄여 적응하는 게 시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도 수요 조절이 곤란해지고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장기화할 경우 유류 소비가 많은 대형 승용차 이용자 등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가 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게다가 정유업계의 손실을 결국은 정부 재정으로 메워줘야 한다. 국제 유가 불안이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력한 수단을 너무 이른 시점에 소진한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무엇보다 향후 유가 변동 때마다 비슷한 개입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도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관리하는 한편 출구 전략도 세워둬야 한다. 또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대중교통 이용 유도 등 수요 관리를 병행하고, 에너지 대체 공급선 발굴 등 구조적 대응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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