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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5살 뚜안의 죽음…유학 졸업생 제조업 취업 문 열었다

중앙일보

2026.03.12 13:00 2026.03.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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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5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 중앙포토

한국 대학에서 유학하고 졸업한 뒤 구직 비자(D10)를 받은 외국인들이 제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 과정에 숨진 베트남 출신 유학 졸업생 뚜안(사망 당시 25세) 사건 여파다.

1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에 따르면 출입국 당국은 지난 9일부터 D10 비자를 소지한 한국 체류 외국인에게 제조업에 대한 시간제 취업을 허용했다. 과거에는 학업을 마친 유학생이 D10 비자로 체류 중이면 전문직종 인턴십과 식당 등 서비스 직종의 시간제 취업만 가능했다.

정부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둔 지난해 9월 29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단속을 벌였다. 뚜안은 합동 단속을 피하려다 숨졌다. 그는 지난해 2월 대구 계명대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성서공단 내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업했다. 전공을 살린 인턴십을 찾아봤지만, 취업이 녹록지 않아 제조업 분야 취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뚜안은 출근한 지 불과 2주째 되는 날인 지난해 10월 28일 단속반을 피해 3층 에어컨 실외기실에 숨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고 이후 법무부는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비자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D10 비자로 체류하는 졸업 유학생이 불법 취업을 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지난 3년간 늘었다. 법무부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224건, 2024년 297건, 지난해 367건이다.

이주민 지원 단체는 취업허용 업종 완화가 현실을 반영한 조처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반 서비스 직종과 비교하면 제조업 분야가 산업재해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부대표(변호사)는 “제조업 분야는 다른 시간제 취업보다 임금 단가가 높기 때문에 유학 후 구직 활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사업장 내에서 단기 일용직으로 위험한 직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예방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개선책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졸업 유학생들에게 시간제 취업의 허용 범위가 좁아 본의 아니게 불법 취업을 선택하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취업을 단념하고 본국에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유학생들이 구직 기간 중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실질적 경력 형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취업허용 업종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유학 학위과정(D2), 일반연수(D4) 비자의 재정 입증 관련 서류를 면제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은 수도권 연간 2000만원 이상(지방 1600만원 이상), 어학연수는 수도권 1000만원, 지방 800만원 이상 잔고를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시범 사업에서 현행 재정 입증 제도를 일부 대학 유학생에 한해 면제하기로 했다. 16개 전문대 육성형 전문기술학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재정 입증이 면제된다. 중간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가진 유학생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육성형 전문기술인력(K-CORE, E7-M) 자격 신설에 따른 혜택이다. 요양보호사 양성 지정 대학 24곳에 요양보호사 과정에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잔고 증명 기준 금액의 50%가 적용된다.



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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