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의원직상실형이 확정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부터 시행된 재판소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을 청구하면 국회의원 자격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할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법원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 할 수 있는 이런 가처분 제도가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헌법소원에 법원의 재판이 포함되면서 가처분(72조 2항) 조항이 신설됐다. 헌재가 헌법소원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따라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는 가처분 조항을 둬왔다.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행정소송법 등을 준용해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왔다. 그간은 재판이 아니라 행정처분에 대한 가처분 심판을 다뤄왔다.
헌재는 2000년 12월 8일 헌법소원 심판에서 사법시험 4조 3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이처럼 헌재가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가처분을 인용한 적은 있으나 형사사건은 앞으로 결정례에 따라 기준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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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집행정지는 위헌적”
문제는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확정판결을 가처분으로 집행정지할 수 있느냐다. 헌재가 형사 사건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최고법원 판결로 판결이 확정되는데, 그 확정판결을 집행정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3심제 하에서 운영되는 가처분 제도가 사실상의 4심에 적용되면서 확정 판결을 뒤집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가처분이란 본안 재판을 마칠 때까지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을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취하는 조치인데,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끝난 재판에 대해 가처분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고법 판사는 “가처분 위헌성은 재판소원의 위헌성에서 야기된 측면도 있다”며 “가처분은 회복하지 못할 손해가 있다는 것을 본안 재판 전 딱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3심까지 가서 확정된 사건이기 때문에 헌재 입장에서는 임시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과 비슷한 제도인 재심의 경우 가처분 제도를 두지 않고 재심이 개시되면 형 집행정지를 할 뿐이다. 김 교수는 “수감 중인 사람이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개시 전까지 형 집행은 지속된다”며 “가처분으로 형 집행 등을 정지할 수 있게 해둔 건 헌재가 기존 재판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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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가처분 조항 헌법소원 청구될 수도”
양 전 의원이 가처분 신청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6·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우선 헌재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의원직 상실은 유지된다. 가처분 인용시 의원직 부활 여부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 결정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헌재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재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같은 재판부에서 판단하게 된다.
만약 안산갑 지역 보궐선거가 확정된 상태에서 양 전 의원의 가처분이 인용돼 부활할 경우 새로 출마한 후보자가 결정에 대해 위헌성을 이유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헌재가 스스로 헌재법 가처분 조항의 위헌을 선언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부장판사는 “결국 위헌 판단은 헌재가 하게 될텐데, 당연히 각하하거나 기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재판소원을 ‘임기 연장술’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예견돼왔다. 이외에도 미구금 피고인이 실형을 확정받아 형을 집행하려 할 경우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불법 구금 주장을 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헌재는 헌재의 전체 가처분 인용률은 1% 이하로 극히 드문 경우에만 인용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혼란은 당분간 지속 가능성이 크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혼란이 생기는 사이에 국민들은 혹시 내 사건도 가처분 인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 희망고문 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