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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너무 배고파 빨았나…" 숨진 20개월 아이의 손가락 상처

중앙일보

2026.03.12 13:00 2026.03.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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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20개월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친모가 개·고양이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 등 악취가 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친모는 배달음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아이는 제대로 먹이지 않고 영양결핍 상태에 빠뜨렸다. 경찰은 친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와 함께 첫째 딸 방임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생후 20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 연합뉴스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개월 아이를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A씨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 거주하며 홀로 숨진 딸과 초등학생 언니 등 두 명의 자녀를 양육했다. 그는 빌라 계단에 물건을 마구잡이로 방치해 왔고, 개 4마리와 고양이 1마리 등 총 5마리를 기르면서 생긴 배설물 등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생긴 악취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빌라 인근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집 문을 열면 나는 악취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빌라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본인이 잘 처리하겠다고 말만 했지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이자 한부모 가구로 분류돼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 월평균 300만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받은 정부 지원을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데 썼다. 또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지원하는 ‘푸드뱅크’에서 가져온 음식으로도 끼니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쌀 포대들은 빌라 계단에 방치한 채 생활했다. 이런 지원이 있었는데도 아이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영양결핍으로 숨졌다.

숨진 아이를 수습한 영안실 관계자는 “발견 당시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아주 말랐고,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며 “아이 엄지손가락에 상처가 있었는데, 아마 배가 너무 고파 손가락을 계속 빨다가 생긴 상처가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친모의 방임으로 숨진 20개월 아이에게 유족들이 남긴 마지막 인사. 부귀후원회 제공

A씨 가정에는 아이들의 이모들이 자주 왕래하며 양육을 도왔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쯤 A씨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그러나 아이는 끝내 등원하지 못하고 지난 4일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는 소외계층 장례를 지원하는 ‘부귀후원회’의 도움으로 간소한 장례를 치른 뒤 화장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이날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첫째 딸의 양육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도 적용했다. 첫째 딸의 발육 상태는 나쁘지 않았으나, 집 안 위생 상태가 두 딸을 양육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관련 혐의를 적용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가 영양결핍으로 숨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정작 본인은 식사를 해결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면서도 아이를 장기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이라며 “치사가 아니라 아동학대살해죄에 준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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