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소방서 원북119안전센터에 배치된 소방펌프차는 법정 내구 연한(10년)을 지났지만 여전히 산불 현장에 투입 중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년 이상 화재 현장을 오가며 1만1397㎞를 주행했다.
부산 해운대소방서 센텀119안전센터에 배치된 소방펌프차의 경우 13년 동안 6만6325㎞를 뛰었다. 일반 차량에 비하면 주행거리가 긴 편은 아니지만, 정해진 출동 구역에서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소방차 특성상 13년간 매월 평균 425㎞를 이동했다는 건 그만큼 자주 화재 출동에 투입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산 90%는 지자체 부담…국비는 10%
소방장비관리규칙에 따르면 내용연수를 초과한 노후 소방차량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방 장비 불용심의위원회 성능평가를 통과하면 당분간 더 소방차를 사용할 수 있다.
노후한 소방차를 화재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이유는 한정된 예산 탓이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소방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소방 예산 8조5949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은 9798억원으로 11.4%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6조3632억원)의 국비 지원 비율은 8.6%에 그친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지만 인건비의 90% 이상을 여전히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공무원 대우도 들쑥날쑥하다. 예컨대 부산시·제주도는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로 25만원을 지급하는데, 울산시는 75만원으로 3배 수준이다. 1인당 위탁교육비 역시 충북(42만8000원)과 부산시(4만1000원)가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채용 늘리면 다른 예산 줄이는 구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소방공무원 채용을 확대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방청은 최근 ‘지자체에 두는 소방공무원 및 경찰공무원 정원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당초 2367명이었던 2026년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를 2891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와 비교하면 964명 증가했다.
일선 화재·구조현장에서 소방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가 떠맡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방공무원 채용을 확대하면 지자체의 예산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박종원 한국소방산업협회장은 “한정된 예산을 운영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소방 인력 예산을 늘리면 필연적으로 장비 등 다른 소방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자체 예산 담당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신분인데도 여전히 재정 구조는 지방에 의존하는 ‘무늬만 국가직’”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인력 규모를 늘릴 거면 늘어나는 예산도 국가가 책임지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방 사무가 지방사무이기 때문에, 재정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추진한 이후 소방직 공무원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4만8042명이던 소방직 공무원은 지난해 6만6047명으로 37%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박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소방에 필요한 예산을 국비로 전환해 국가가 국가직 채용을 위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지자체는 확보한 재정 여력을 노후 장비 교체 등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