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광어를 익히나"…가락시장 발칵 뒤집은 獨 미쉐린 셰프 요리 [쿠킹]

중앙일보

2026.03.12 13:00 2026.03.12 17: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불안하지 않다면, 그 목표는 너무 약하게 잡은 것입니다” "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독일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알렉산더 허먼이 서울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선보였다. 사진 휘슬러코리아
독일 미쉐린 2스타 셰프 알렉산더 허먼(Alexander Herrmann)은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미쉐린의 별을 얻는 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별이 가리키는 방향이라고 말한다. 독일 요리계를 대표하는 셰프이자 방송인인 그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K-푸드 및 한국의 미식 경험을 위해 한국을 찾은 허먼 셰프는 독일 쿡웨어 브랜드 휘슬러코리아와 함께 특별한 디너 행사를 개최했다. 그는 2021년부터 휘슬러의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도 활동하며 휘슬러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디너는 서울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독일 전통 조리법에 한국 식재와 문화를 접목한 메뉴로 구성됐다.

알렉산더 허먼 셰프는 단 한 번의 행사를 위해 가락시장과 경동시장을 직접 돌며 식재료를 살폈고, 사찰음식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경험하며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재료를 탐구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6일 서울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열린 휘슬러코리아 디너에서 독일 전통 요리에 한국적 감각을 더한 메뉴를 선보였다. 행사에 앞서 만난 그는 서울을 “가슴이 울렁거릴 만큼 매력적인 도시”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허먼 셰프와의 일문일답.


Q : 5일 정도 서울에 머물렀는데 어땠나.
A :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여서 인상 깊었다. 5일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려 했다. 사찰음식, 김치 박물관, 미쉐린 다이닝, 시장, 길거리 음식까지 고루 맛봤다. 특히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재료를 직접 체험하며 영감을 얻었다.


Q : 이번 한국 프로젝트에는 팀원이 몇 명 왔나. 아들도 동행했다고 하던데.
알렉산더 허먼(사진 가운데) 셰프가 동료 셰프들과 메뉴를 논의중이다. 이번 방한에는 4명의 헤드 셰프가 동행했다. 사진 휘슬러코리아
A : 헤드 셰프 8명 가운데 4명이 함께 왔다. 서울은 유럽에서 굉장히 모던하고 힙한 도시로 통한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요리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첫 경험’을 팀원들과 셰프로 일하는 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면 팀의 결속도 더 강해진다.


Q : 오늘 요리 중 독일 전통 방식에 한국 식재료를 접목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A : 독일의 보편적인 생선 요리인 송어 요리를 한국의 광어로 재해석했다. 오늘 아침 가락시장을 갔는데 독일에서 쓰는 송어가 한국 광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상인들에게 광어를 익혀 먹겠다고 하니 “광어를 익히냐”며 놀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웃음). 또 한국의 수저 문화를 존중해 모든 요리를 젓가락과 숟가락만으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법을 바꿨다.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다가가는 존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식 생선 요리를 한국 광어로 재해석한 요리. 한국의 수저 문화를 고려해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먹기 편하게 구성했다. 사진 휘슬러코리아


Q : 셰프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 집안이 5대째 호텔을 운영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호텔에서 자랐다. 자연스레 벨보이, 서빙, 리셉션 등 여러 일을 경험했다. 그런데 부엌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춘다’는 말처럼 그때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Q : 벨보이 업무와 주방 일을 모두 경험하며 배운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A : 벨보이를 할 때는 돈을 버는 법을, 주방에서는 명예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어린 시절 손님의 가방을 들어줄 때 팁을 가장 많이 받았다(웃음). 열심히 일하면 상대가 움직이고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무엇보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그때 익혔다. 요리 기술은 훈련으로 얻었지만, 손님을 기쁘게 하는 감각은 그 경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Q : 감각이라는 것이 노력을 넘어서는 영역이라고 보나.
A : 피아노 연주에 비유하면 16살에 시작해도 잘 칠 수는 있지만, 어릴 때 몸이 성장하며 형성되는 신경과 감각의 조화는 분명 다르다. F1 레이서들이 어린 시절 카트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 역시 여섯 살 무렵 처음 부엌에 들어갔고 학교에 가는 것보다 주방에서 노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 경험이 지금의 바탕이 됐다.


Q : 셰프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A : 진솔함이다. 주방장은 흔히 손님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자기만족을 위해 요리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말고 진솔하게 요리해야 한다. 물론 자아 성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좋은 부모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동기가 전혀 다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Q : 로컬 식재료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A : 내 식당을 찾는 손님은 멀리서 나를 찾아온다. 그들에게는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바로 지역 식재료다. 지역의 특수성은 손님의 권리이자 셰프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Q : 미쉐린 스타 셰프로서 느끼는 무게감은 어느 정도인가.
A : 첫 별을 받았을 때도, 두 개를 받았을 때도 같았다. 오히려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요리는 언제나 평가받기 때문에 압력은 늘 존재한다. 그래서 별을 받았을 때는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여서 기뻤다. 그 기쁨이 별을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보다 훨씬 컸다. 미쉐린 별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과 같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우라(AURA)로 2019년 별 두 개를 받은 뒤 이를 유지하고 있는 알렉산더 허먼 셰프는 미쉐린을 북극성에 비유했다. 사진 휘슬러코리아


Q : 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셰프에게 조언한다면.
A :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성공의 일부는 언제나 실수일 수밖에 없다.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불안하지 않다면, 그 목표는 너무 약하게 잡은 것이다. 또 불행해지는 가장 빠른 길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이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Q : 요리 경연 프로그램 심사위원 등 TV 출연으로 독일의 국민 셰프가 됐다. 대중성과 미쉐린의 차이는.
A : 나는 TV에 출연한 지 29년이 됐다. 주방에서 요리사는 기술자여야 하지만 TV에서는 퍼스널리티가 훨씬 중요하다. 카메라가 나를 좋아해야 하고 화면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어릴 때 벨보이로 일하며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운 경험이 TV 활동에도 도움이 됐다. 두 세계의 접점을 찾으면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진다.


Q : 셰프로서 조리 도구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알렉산더 허먼은 2021년부터 휘슬러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중이다. 사진은 디너가 열린 현장의 모습. 사진 휘슬러코리아
A : 신뢰다. 25년 전 휘슬러 공장을 방문해 내부의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등 각각의 팽창률까지 계산해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런 정교함이 있어야 고온에서도 도구가 틀어지지 않는다. 도구가 완벽하면 셰프는 잡념을 버리고 오직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치 F1 레이서가 몸에 꼭 맞는 차량을 믿고 달리는 것과 같다. 조리 도구는 내가 요리로 나 자신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최근 휘슬러 180주년을 기념해, 프라임 컷이라는 나이프 컬렉션 개발에 참여했는데, 매스처럼 정확한 칼인 동시에 공구 같은 튼튼한 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얇게 만들면서도 쥐었을 때 느낌, 디자인까지 신경 썼다.


Q : 앞으로 목표는.
A : 올해 서울에 온 것처럼 매년 새로운 나라에서 하나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으며 요리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 우리의 철학과 그 나라의 문화, 식재료가 만나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송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