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런 조언을 수없이 듣고 살았다. 또 ‘자존심이 상해서’ 홧김에 누군가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많이 접했지만, ‘자존감이 상해서 사고쳤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어감도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존심은 나쁘고, 자존감은 좋은 거’라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마음 깊이 자리했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더중앙플러스 ‘VOICE:세상을 말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문화심리학자 한민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외래교수는 “자존심이란 개념은 자존감을 경험하는 한국 특유의 방식”이라며 “갑자기 발현된 감정이 아닌, 한국인 고유의 성정”이라고 설명했다. 서구와 달리 한국인은 왜 자존심에 유독 그렇게 집착하게 됐을까.
한국인의 독특한 감정엔 서러움, 즉 한(恨)의 정서도 있다. 서양엔 이런 개념이 없다. 서구는 우리나라보다 더 극렬한 계급·신분·지위로 인한 갈등과 좌절을 겪었는데, 왜 유독 한국인만 이런 한을 품게 됐을까.
한 교수는 최근 심각해진 ‘분노’와 ‘혐오’도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서 혐오는 본래 의미와 전혀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며 “‘혐오의 놀이화’ 역시 비교적 안심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혐오의 어떤 측면을 이렇게 평가했을까. 이 밖에 요즘 현대인이 ‘외롭지만, 고독하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의식 과잉’ 현상과 ‘상향 비교’ 등의 감정에 대해 상세히 풀어냈다.
Q : 자존감은 좋고, 자존심은 나쁘다?
한국인들이 남달리 자존심이 센 편일까.
한국인이 특히 “자존심 상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나 자존 욕구를 한국적인 방식으로 경험하는 게 자존심이라고 본다.
Q : 자존심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나.
‘자존심’ 혹은 ‘자존심 상한다’는 개념이나 경험을 구체화한 국가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영어로 “self-esteem(자존감)이 ‘hurt’했다”는 표현이 외국엔 없는 거다. 자존심이란 용어나 개념 자체가 일종의 (한국만의) 문화적 개념이다.
Q : 일종의 열등감 같은 의미인가.
‘자존심 상한다’는 건 열등감 외에 ‘내가 평가하는 나의 가치’와도 관계있는 개념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은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기준에 안 맞게 나를 대할 때 자존심이 상한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