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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으로 시작, LIV 골프 한국팀의 1인 3역 마틴 김

중앙일보

2026.03.12 13:24 2026.03.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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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 코리안 골프 클럽의 단장 마틴 김. 성호준 기자
12일 LIV 골프 싱가포르 1라운드가 열린 센토사 골프장에서 만난 마틴 김(45)은 직함이 세 개다. LIV 골프 코리안 클럽 제너럴 매니저, LIV 골프 아시아 매니징디렉터, 부산 한국 대회 총괄이다.

시작은 류현진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0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국제 마케팅을 전공한 뒤 LA 다저스에 입사했다. 한국어를 비롯해 스페인어·영어 3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게 무기였다. 어느 날 다저스 구단주와 단장이 그를 불렀다. "비밀이 있는데, 한국 최고 선발 투수를 데려올 거다. 도와달라." 류현진이었다.

포스팅 협상부터 계약까지 관여했다. 류현진은 "형, 통역도 맡아달라"고 했다. 마틴 김은 낮엔 마케팅·국제 스폰서십을 하고, 저녁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통역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1인 3역의 원조는 그때였다. "3인분을 하니 연봉이 올랐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전혀요."

다저스가 '아시아 비즈니스를 가장 크게 하는 구단'으로 알려지면서 MLB 사무국이 그를 데려갔다. 2017년부터 MLB 한국·일본·대만 사업 총괄을 맡았다. 그러다 MLB 시절 상사였던 크리스 박 대표가 e스포츠 기업 젠지(Gen.G)를 창업하며 손을 내밀었다. "야구를 떠나는 게 쉬운 게 아니었는데, 의리가 더 중요했다." 코로나로 예상보다 오래 젠지에 머물던 중, MLB 아시아지사장 제안과 LIV 골프 제안이 동시에 들어왔다. 그는 LIV를 택했다. 지금도 LAFC와 MLB 자문은 계속한다고 한다.

그가 합류했을 때 LIV 한국팀은 이름뿐인 한국팀이었다. "긴 안목으로 만든 게 아니라, 교포인 케빈 나 선수가 있으니까 한국 팀으로 하면 되겠네, 그렇게 된 거였다." 2026시즌을 앞두고 팀을 통째로 뜯어고쳤다. 팀명(아이언 헤즈 GC → 코리안 클럽), 호랑이 로고, 선수 대부분을 바꿨다. 캡틴도 케빈 나에서 안병훈으로 교체됐다. 대니 리, 김민규, 송영한이 새로 합류했다.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LIV는 개인 투어가 아닌 리그다. 입단하려면 기존 개인 스폰서를 모두 내려야 한다. 김시우와도 협상이 순항하다 막판에 틀어졌다. 안병훈과는 달랐다. "한 번 만나고 바로 됐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팀을 같은 비전으로 이끌 마음이 잘 맞았다." 첫 두 대회를 마친 안병훈에게 가장 인상적인 게 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라운드 끝나고 넷이서 같이 밥 먹는 게 제일 따뜻하다고 하더라." 마틴 김은 흐뭇하게 웃었다.

센토사 골프장에 설치된 LIV 골프 싱가포르 대회 대형 홍보물. 앞줄 가운데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선수가 브라이슨 디섐보다. 성호준 기자
골프계를 떠났다가 16년 만에 우승한 앤서니 김은 지금 골프계 최대의 화제다. "ESPN 홈페이지 메인에 처음으로 LIV 기사가 올라갔다. 골프 채널도 처음으로 우리 순위를 올려놨다." 앤서니 김이 코리안 클럽에 들어올 수도 있었다. 지난해 그가 마틴 김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나도 김 씨인데, 한국 팀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마틴 김은 "솔직히 그때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우승까지 할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했다. 앤서니 김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부산 대회를 기대하고 있다.

LIV의 현안 중 가장 뜨거운 건 브라이슨 디섐보의 재계약이다. 유튜브 260만 명 등 소셜미디어 구독자 총 1000만 명인 그가 엄청난 재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대표는 "협상 중인데, 될 것 같다"고 했다. "디섐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개인 영상 IP, 콘텐츠 오너십—이 여기 다 있다. 다른 데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작년 한국 대회 첫날, 라운드가 끝난 뒤 천여 명이 사인을 받으러 기다리고 있었다.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이 인기 있을 줄 알았는데, 압도적으로 디섐보였다. 유튜브의 힘이더라."

2022년 출범 이후 PGA 투어와 정면승부하던 LIV의 전략은 바뀌었다. "PGA가 없는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대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골프의 F1이 되겠다." 한국이 그 전략의 최전선이다.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과 3년 계약을 맺었다. "서커스처럼 이 도시 저 도시 떠돌기보다 한 곳에 올인하자는 전략"이라고 했다. 지난해 빅뱅에 이어 올해도 빅샷 가수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세 가지다. 부산 대회 팀 순위 3위 이내. 선수 한 명 이상 우승. 한국 대표 브랜드를 유니폼에 더 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 등으로 실탄이 줄어든 LIV는 지난해부터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 마틴 김은 "LIV에서 한국을 키우는 게 내 비전"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사랑하고, 시장 규모 세계 3위인 한국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LIV에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생긴다. LIV가 그에게 명함 직함을 세 개나 준 이유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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