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 고속철도인 KTX와 SRT의 통합을 위한 세부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과 SRT를 담당하는 SR(수서고속철도) 간 견해차가 큰 데다 KTX 요금 인하 등을 놓고도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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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로 통합?
세부 통합방안은 국토부 주관으로 코레일과 SR 노·사 대표,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노사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다. 첫 회의는 지난달 26일 열렸다.
협의체가 먼저 마련해야 할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 통합하느냐다. SR을 완전히 해체해서 코레일 내 여러 부문에 흡수할 지, 별도의 독립부서로 통합할지 등이 정해져야 후속 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은 지역본부를 신설하는 형식으로 SR을 합치는 방안을 우선 언급하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서울지역에 서울본부, 서울동부본부, 서울서부본부 등 3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여기에 서울남부본부를 추가로 만들어 SRT는 물론 수광선(수서~광주), 수인분당선 등의 업무까지 맡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남부본부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의 서부본부에 합치는 방안도 고려되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SR은 통합 초기에 한시적으로라도 별도의 독립적인 책임사업부제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KTX와 구분해서 회계도 분리하는 등 독립적인 운영을 한 뒤 이를 평가해 최종적인 통합 방식을 정하자는 취지다. 통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비교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거라는 해석이다.
또 SR은 SRT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고, 여의치 않으면 KTX-수서 등으로 존치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통합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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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요금 인하 어떻게?
통합하면 KTX 요금을 SRT 수준으로 10% 낮추겠다는 약속의 이행 방안을 놓고도 진통이다. 애초 코레일은 KTX 이용 때 요금의 약 5%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제도를 폐지하고, 여기에 통합으로 늘어날 수익의 일부를 더해 10% 요금 인하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고속철을 통합하면 공급좌석이 최대 1만 6000석이 늘어나고 운영 수익도 증가한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마일리지 제도는 유지한다는 조건에서 10% 인하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마일리지를 그대로 둔 채 요금을 10% 낮추게 되면 사실상 인하율이 1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면 코레일이 부담해야 할 돈이 예상보다 더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마일리지 제도가 없는 SRT도 이 수준에 맞추려면 요금을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대로 하면 한해 1000억원 정도 손실이 추가로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22조원대의 부채를 지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레일로서는 통합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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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정비는 누가 담당?
SR은 지난 2023년 차세대 고속열차인 EMU-320 14편성(8량 1편성)을 발주하면서 차량정비도 함께 맡도록 했다. 이 계약은 현대로템이 따냈으며, 차량정비 관련 금액만 4800억원에 달한다.
정비용역기간은 15년으로 현대로템은 차량 정기정비를 비롯해 주요 역에서의 임시정비와 차량 유지보수를 위한 소모품 및 순환보수품 공급·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SRT 차량은 코레일이 정비를 맡아왔다. 하지만 코레일의 정비 품질과 소요 기간 등을 두고 불만이 쌓이면서 당시 이종국 SR 사장이 국토부와 협의해 차량 제작업체에 정비까지 맡기는 방안을 결정했다.
문제는 고속철 통합이 돼도 이 계약을 유지할 거냐 여부다. SR 관계자는 “현대로템 측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정비환경과 운영 노하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코레일이 정비하는 게 효율성이 더 높을 것이란 입장이다. 차량 정비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는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철도 파업 때 정비 분야의 필수유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도 협의체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파업 때 정상운행을 통해 승객 불편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던 SRT가 통합되는 만큼 유사시 필수유지 비율을 올려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협의체 논의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이 맞선다고 한다.
이처럼 진통을 겪고 있는 세부 통합방안에 대해 국토부 철도정책과 관계자는 “국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다는 원칙 하에 주요 쟁점들에 대해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세부 통합방안을 최대한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