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강력한 지렛대…전문가 "종전 전에 제거 어려워"
이란, 드론 등 비대칭전력 활용한 게릴라 공격력도 유지
美, 세계경제 옥죄는 호르무즈 열어젖힐 역량 있을지 시험대
호르무즈에 기뢰 떠다니나…"이란, 이미 깔고있을 가능성 크다"
이란의 강력한 지렛대…전문가 "종전 전에 제거 어려워"
이란, 드론 등 비대칭전력 활용한 게릴라 공격력도 유지
美, 세계경제 옥죄는 호르무즈 열어젖힐 역량 있을지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확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대(對) 이란 전쟁의 성패가 달린 가운데 미군의 집중적인 공세에도 이란이 이미 이곳에 기뢰를 깔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뢰가 한번 부설되면 전쟁 종료 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가 일단 대량으로 떠다니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이란이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영국군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보고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 수장의 이런 발언은 이란의 기뢰가 설치했는지를 두고 정보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10개의 기뢰를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 부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조선을 비롯한 상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군은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려고 대대적인 '예방' 차원의 공세를 퍼부었다.
미 중부사령부는 최근 30척 이상의 기뢰부설함을 공격해 파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4㎞밖에 되지 않는 비좁은 국제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오가는 상선들이 기뢰를 건드릴 가능성이 커진다.
물에 떠다니는 지뢰인 기뢰는 일단 한번 대량으로 바다에 떠다니기 시작하면 전투 행위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는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다.
힐리 장관은 "분쟁 상황에서는 어떤 수역에서든 기뢰를 제거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틀린 탈매지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 교수도 블룸버그 통신에 "기뢰 제거는 평화 시기에 가능한 활동으로, 전쟁 중에는 거의 수행하기 어렵다"며 "기뢰 제거는 보통 전쟁 종료 뒤에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를 수행하는 선박과 헬기가 (적 공격에) 매우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군사력이 열세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큰 피해를 보면서도 비대칭 전력인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원유 저장고, 정유 시설, 상선 등 민간 표적에 제한된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강력한 저지에도 기뢰가 부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해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이란이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2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부유한 중동 산유국들을 악몽으로 몰아넣은 드론에 이어 기뢰는 이란의 또 다른 전략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기뢰 전력을 분석한 기사에서 "기뢰는 이란이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막대한 힘을 주는 단순한 무기"라고 평가했다.
미군이 이란의 기뢰 부설선을 대거 파괴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란의 기뢰 부설 능력을 원천적으로 차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은 이란이 어선과 구분하기 어려운 소형 배와 잠수부 등 '비공식 민병대'를 활용해 기뢰를 설치한다면서 미군이 이를 식별해 제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지난 2019년 기준 5천개 이상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형 고속정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더욱이 미군의 기뢰 제거 역량이 전반적으로 약화한 상황이어서 이번 이란의 기뢰 위협 대응 과정에서 새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군은 작년 중동 지역에서 기뢰를 제거 임무를 수행하던 마지막 소해함을 퇴역시키고 소해 임무를 연안전투함에 맡겼다.
미군은 향후 전통적인 소해정 대신 연안전투함에 실린 소형 무인수상정을 이용해 기뢰를 제거하는 미래형 전술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무인수상정 체계의 실전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해정을 퇴역시켜 소해 작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는 미군에 어려운 문제는 기뢰 외에도 이란이 호르무즈로 오가는 상선을 공격할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당장 최근 이틀 사이에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시도하던 상선 4척이 기뢰와 무관하게 드론이나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은 기뢰, 드론, 자폭 무인 선박, 지대함 미사일 등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이나 이를 보호하려는 미국 해군함에 게릴라식 타격을 가할 역량을 갖췄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차대운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