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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 32호, ‘노랫말 속 꽃 이야기’ 연구 결과…우리나라 가요, 초중고 음악 교과서, 찬송가에 실린 노랫말 속 등장 꽃 1위는 장미, 2위 진달래

OSEN

2026.03.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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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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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홍윤표 선임기자] 봄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봄이 왔다.

파인 김동환 시인의 시 ‘봄이 오면’의 한 구절,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꽃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펴, 건너 마을 젊은 처자(處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를 저절로 흥얼거릴 때다.

진달래꽃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김소월의 저 유명한 시 ‘진달래꽃’이다. 가수 마야가 불러 노래로 인기를 끌기도 했던 터여서 ‘진달래꽃’의 한 대목(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쯤은 누구라도 따라부를 수 있다.

시인 정지용은 “온 산중 홍엽(紅葉)이 수런수런 거린다”고 진달래를 그려냈고, 신동엽 시인은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라고 시 ‘진달래 산천(山川)’에서 읊었다. 이처럼 진달래꽃은 우리네 정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봄을 대표하는 ‘국민 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요나 교과서 등에 나오는 노랫말 속 빈도가 가장 잦은 식물은 무엇일까. 다소 뜻밖에도 진달래꽃이 아닌 장미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요 책, 초중등 음악 교과서, 찬송가 등에 실린 식물의 가사를 분석한 자못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근대서지』 32호(2025 하반기호. 근대서지학회 발행, 민속원 제작)에 발표됐다.

유기억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노랫말 속 꽃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노래 제목과 노랫 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식물(꽃)은 장미가 으뜸이다.

유기억 교수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노래는 가요 1742곡,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355곡, 중학교 199곡, 고등학교 103곡, 찬송가 645곡 등 총 3044곡이다. 노래 제목과 가사 속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식물 기록, 출현 빈도수, 분야별로 세분해 분석했고, 그 가운데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식물 중 2회 이상 출현하는 69종으로 압축,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것과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15종류를 제외한 54종에 대해 집중 검토했다. 3044곡 중 식물 이름 등장하는 것은 209곡, 출현 종수는 136종이었다.

등장 횟수로는 장미가 44회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진달래 19회, 갈대와 잔디 15회, 버드나무 12회, 개나리와 동백나무 10회, 백합 9회, 민들레, 아까시나무, 찔레 8회, 라일락과 소나무 7회, 도라지, 들국화, 목련 6회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3학년 음악교과서 중 ‘나물노래’에는 고사리, 옻나무, 말냉이, 꽃다지, 씀바귀, 배나무, 기름나물, 가시나무, 넘나물, 갓나무 등 10종류가 등장, 가장 많은 식물 이름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이나 식생활에 밀접한 식물 등장의 빈도가 잦은 것도 확인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1980년대 이후 장미가 1위, 그다음으로 국화, 코스모스, 안개꽃, 백합 등의 순서로 확인됐다.

유기억 교수는 “이 결과를 통해 초, 중,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순수하게 사용된 식물의 의미뿐만 아니라 기쁘거나 슬픈 시대를 표현하기 위한 간접적인 접근, 그 속에 들어있는 깊은 뜻, 그리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총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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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는 지난 2009년에 창립한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반년간지로 그동안 단 한 호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문학, 역사 등의 자료 발굴, 소개, 해석은 단연 독보적이다.

이번 『근대서지』 32호에도 출판과 문학, 아동문학, 역사민속,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료를 찾아내 전문 학자들의 글을 싣고 있다. 게다가 서지 관련 깊이 있는 학술논문도 함께 싣고 있어 등재지로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했다.

무엇보다 북한 문학이나 예술 분야의 서적도 끊임없이 발굴,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호에도 ‘북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의 부르주아사상 비판 연구(1)-기석복, 엄호석 논쟁을 중심으로’(김성수 성균관대 교수)와 월북시인 림학수가 번역한 『이소프 우화집』(1965)에 대한 해제(‘북으로 간 이솝우화’ 임옥규 청주대), 기생 연구 권위자인 신현규 중앙대 교수의 ‘『조선여행안내기』(1934)에 나타난 평양기생학교 항목 고찰’, 미술사 연구자인 홍성후의 ‘물질문화에서 역사과학으로, 1950-60년대 북조선의 물질문화연구사와 『문화유산』’, 같은 이의 ‘북조선 만화와 『시궁창』’ 같은 흥미로운 주제의 글 들을 다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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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료 수집과 영화연구의 전문가인 한상언 영화연구소 소장의 ‘박루월과 『영화배우술』’도 눈길을 끄는 글이다.

본명이 박유병인 박루월은 1931년 『영화시대』라는 영화잡지를 창간해 영화잡지인으로 평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으로 발간된 『영화배우술』(1939년 삼중당서점 발행)은 한상언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수많은 책을 발간한 영화잡지인 박루월의 인생이 담긴 책이자 그가 인생의 전부를 바쳤던 『영화시대』의 압축판”이다. 『영화배우술』은 우리글로 된 최초의 영화교재러 알려져 있다.

이미지 제공=근대서지학회


홍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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