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전국 기름값 하락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변수

중앙일보

2026.03.13 00:4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제주 시내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유가 정보가 게시되고 있다. 뉴시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기름값이 내렸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소매가격이 바로 조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탓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72.62원으로 하루 전보다 26.16원 하락했다. 경유값은 1884.14원으로 34.83원 내렸다. 국내 기름값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벌어진 지난달 28일 이후 계속 오르다 지난 10일 정점(전국 휘발유 기준 1907원)을 찍은 뒤 사흘째 하락하는 추세다.

정부가 이날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가격을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가 전날 고시한 최고액은 L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재고 소진에 걸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인하된 정유사 공급가가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가 정유업계를 향해 가격 담합 단속 등을 강하게 경고하면서,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부터 가격을 자발적으로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직영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일만 해도 1782원으로 자영 주유소(1777원)보다 비쌌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지시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직영 주유소가 더 저렴해졌다. 전날(12일) 기준 직영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05원으로 자영(1904원) 대비 100원가량 저렴했다.

다만 일선 주유소 현장에선 아직 인하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유소마다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는 주기와 시점이 모두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는 전날과 동일한 L당 1900원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양의 한 주유소 업주는 “불과 며칠 전에 비싼 값에 사들인 기름이 아직도 일주일 치 남아있는데, 주변에서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 싸게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양천구의 또다른 업주도 “벌써부터 ‘최고가격제가 도입됐는데 언제 휘발유 가격 내리냐’는 문의가 들어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어떤 주유소는 매일 기름을 새로 공급받지만, 길면 두 달에 한번씩 공급받는 곳도 있다. 영업 재고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최고가격제 적용을 받은 기름을 공급받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손실은 주유소가 떠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경기 화성시 동탄구의 한 주유소가 주유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한 국제 유가도 여전히 큰 변수다. 12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다시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보다 9.2% 올랐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효과가 현장에 안착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범부처 합동점검단’ 회의를 열고 향후 불법 석유 유통 근절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점검단이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800회 이상 단속을 벌인 결과, 2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점검단은 앞으로도 월 2000회 이상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장관은 회의 이후 만난 기자들에게 “이미 시장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를 어기는 정유사나 주유소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 상황을 보며 유류세 추가 인하, 취약계층 대상 보조금 지급 등 직접 지원 대책도 검토할 계획이다.





남수현.나상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