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폭행한 혐의(존속폭행)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가 전날(12일) 재판소원을 청구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A씨 측은 존속폭행이라는 이유로 가중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법원 판결도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재판 효력정지가처분도 신청했다. 사실상 위헌법률심판을 재판소원의 형태로 청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존속폭행을 규정한 형법 26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폭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 폭행죄보다 가중처벌 하도록 했다.
A씨는 아내와 8년간 이혼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장모와 다툼이 벌어져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대리인인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존속폭행 규정을 둔 것은 유교적 전통과 가치인 효를 국가가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혼인 파탄 관계에서 벌어진 일로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는 이유로 가중된 죄를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측은 해당 조항에 대해 2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월 27일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위헌 여부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12일 A씨는 상고기각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노 변호사는 “나중에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면 재심을 청구해야 하는데, 당사자의 억울함을 줄이기 위해 나중에 재심을 또 하기 보다는 재판소원에서 한번에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씨측은 재판소원 청구 사유 중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헌법재판소법 68조 3항)로 봤다. 재판소원은 애초에는 재판의 하자나 판결 결과를 문제 삼아 이를 취소하는 식으로 운용될 거라 예상됐다. 그러나 노 변호사의 청구는 사실상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셈이어서 기존의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과 비슷한 형태의 구조다.
이번 재판소원이 본안에 회부되면 재판소원은 결과적으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이 기각됐을 때 쓰는 헌재 2심, 3심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열린다. 이 경우 법원 재판에 대한 4심이 될 우려는 다소 해소될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런 재판소원 사건의 경우 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핵심이 된다”며 “법원의 재판이 아니라 헌재가 이미 결정한 사건을 다시 되짚어서 결정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