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물난리 뒤 산골마을 발칵…이웃 고소전 부른 '배수구 사건'

중앙일보

2026.03.13 14:00 2026.03.13 14: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해 8월 3일 전남 무안과 함평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오후 8시 40분 기준 무안공항 279.2㎜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뉴스1

배수로를 두고 생긴 이웃간 분쟁의 해법은 있을까. 13일 전남 무안경찰서에 따르면 A씨(80대)는 지난달 이웃집 B씨가 배수로를 일부러 막고 있다며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A씨는 누적 강수량이 300㎜에 육박한 지난해 8월 3일 비 피해를 입었다. A씨는 피해를 키운 건 이웃집 담장으로 연결된 배수로가 막혀 있었던 탓이라고 봤다. A씨는 이튿날인 4일 “아랫집이 담장 배수로를 막아 물난리가 났다”고 112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민사 사안”이라며 현장에서 종결했다.

지난해 8월 유례없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전남 무안의 한 산골마을에서 배수로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다. 윗집에 사는 80대 노인은 막힌 배수로를 뚫으려고 아랫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사진 제보자

이후 A씨가 스스로 배수 구멍을 뚫으려 이웃 B씨(60대)가 거주하는 아랫집에 들어가면서 주거침입 사건이 발생했다. 1980년대 A씨가 정비한 배수로는 40년 가까이 뚫려 있다가 B씨가 이사를 온 5년 전쯤 막혔다. 비 피해를 우려한 A씨는 지난해 8월 7일 B씨 허락 없이 담장 배수로를 막은 돌과 흙을 걷어냈다. B씨는 A씨를 발견하자마자 112에 신고했다. 무안경찰서는 B씨 집 마당에 들어가 배수구를 뚫은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벌금 50만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A씨는 배수로의 정상적 기능을 막아 비 피해를 준 B씨가 오히려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경찰이 가·피해자를 뒤바꿨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이미 지난해 8월 B씨가 배수로를 막아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재물손괴 혐의로 1차 고소를 했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달 11일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초범이라는 등 이유로 B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 측은 “해당 처분 이후에도 B씨가 여전히 배수로를 막고 있다”며 지난달 무안서에 B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8월 3~4일 유례없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전남 무안의 한 산골마을에서 배수로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윗집에 사는 80대 노인은 막힌 배수로를 뚫으려고 60대 이웃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사진 제보자

경찰 관계자는 “이웃 갈등이라 원만히 해결하길 바랐는데, 양측 모두 처벌 의사가 분명해 모두 송치했던 사건”이라며 “자세한 수사 사항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고, 다각도로 검토해 결론을 냈던 것”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변호사는 “재물손괴 가해자는 기소유예, 침수 피해를 막으려한 피해자는 주거침입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선행 위법 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막으려 A씨가 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성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