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거론됐던 나경원(5선)·안철수(4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방선거 차출은 무산됐지만, 반대로 둘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은 활짝 열렸다”(국민의힘 중진 의원)는 게 당내 시각이다.
‘오세훈 독주’가 예견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구도에서 정치적 체급이 있는 나 의원과 안 의원은 구도를 흔들 빅 샷으로 꼽혔다. 지난해 11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유죄(벌금형)에도 의원직 상실형을 피한 나 의원은 한동안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위원장을 맡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나 대결’ 구도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이번 선거는 백의종군하고 당 승리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의원이 지난달 중순 장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출마가 어렵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안 의원도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끝내 출마하지 않았다. 특히 장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1시간 동안 출마를 설득했지만 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선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은 “수도권이나 격전지 후보들이 벌써 안 의원에게 지원 요청을 하는 문의가 온다.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당 선거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게 안 의원 의지”라고 전했다.
당내에선 최근 부진한 당 상황도 두 의원의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두 의원 모두 당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면에서 선거 판세를 도저히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두 의원이 지방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위해 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이지만 만약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 지도부 교체 여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대구·경북 2곳에서만 승리하며 참패하자, 당시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던 홍준표 대표가 선거 다음 날 곧바로 사퇴한 전례가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만약 패배하면 차기 당권 후보군으로 오 시장, 한동훈 전 대표와 나 의원, 안 의원이 부상할 것이란 말이 당내에 돌고 있다”고 했다. 차기 대표는 2028년 총선에서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는 등 영향력이 적지 않기에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안 의원과 나 의원은 당권을 놓고 직접 맞붙은 적은 없지만,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일 합을 겨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발생한 6·3 대선을 앞두고 4월 치러진 경선 1차 컷오프(4명 생존)에서 당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3강 후보 다음으로 남은 1장의 티켓을 안 의원이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