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정부와 여당이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국내 거래소 업계의 지배구조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업비트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는 반면, 다른 주요 거래소들은 대주주 지분 축소 등 대대적인 지배구조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일명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 상한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개인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되, 예외를 두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반대 기류도 있었지만, 정부가 투자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를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지분율 제한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지분 제한이 현실화되더라도 업계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최대주주인 송치형 의장은 현재 약 25.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상한이 20%로 정해질 경우 약 5%포인트가량만 정리하면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뤄지더라도 네이버 측 지분은 약 17% 수준으로 예상돼 지분 제한 규제에 크게 저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다른 주요 거래소들은 규제 영향을 훨씬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율 상한이 20%로 정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빗썸이다. 빗썸의 지배회사인 빗썸홀딩스는 현재 약 73.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 계산만으로도 절반이 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특수관계인 지분 인정 범위에 따라 실제 매각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코인원 역시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와 개인회사 등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약 53.44% 수준이라 지분율 상한이 20%로 정해질 경우 30%포인트 이상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창업자 중심으로 유지돼 온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빗도 최근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공시상 거래 종결은 선행조건 충족 이후 이뤄진다. 관련 법률이나 당사자 합의에 따라 거래 구조가 변경될 수 있어 규제 변화가 변수로 남아 있다.
고팍스 역시 규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팍스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약 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민주당 모두 해외 법인이라고 해서 규제를 달리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분 제한이 도입될 경우 바이낸스 역시 지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에서는 거래소 지분 제한이 헌법상 재산권과 직업·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관련 검토 의견에서 재산권 제한과 소급입법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라는 점도 입법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정부와 여러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당정협의 후 최종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