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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로 '트럭 배달' 하게 생겼다…재판소원법 기막힌 풍경

중앙일보

2026.03.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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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인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정식 공포됐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12일 재판소원법이 시행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필요한 기록 배달 문제도 가시화됐다. 이날 오후 6시까지 헌재에 접수된 16건의 재판취소 사건들은 다음날 지정재판부에 배당돼 심리가 시작될 전망이다. 심리가 시작되면 구체적 판단을 위해 법원의 재판 기록 전체 혹은 일부를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법원과 헌재에 따르면 아직 양측은 재판 기록 송부에 대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만일 근시일 내에 재판 기록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원래 있던 제도인 ‘인증등본송부촉탁’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이 예정한 절차로는 송부촉탁 절차가 있어서, 지금 상태에서는 법적 절차대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증등본 송부촉탁’이란 법원 등이 보관 중인 재판 기록을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해당 기관에 인증등본(원본과 같음을 증명한 사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헌재가 청구인인 국회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검찰 측에 12·3 비상계엄 수사기록을 내 달라는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보낸 바 있다. 법원과 법원 사이에서는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한 송부가 가능하지만, 타 기관과 법원 간에는 종이 복사가 불가피하다.

앞서 지성수 헌재 사무차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USB에 담아서 보낸다거나 전자헌법재판센터에 법원이 기관 회원으로 가입해 필요한 전자기록을 등록할 수 있다”며 “예산이 필요하지만 웹하드를 내부망에 장착하거나, 긴밀하고 원활하게 기록이 오가는 내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손인혁 사무처장은 “당분간은 종이로 기록이 오고가거나 USB를 통해 전달되겠지만 차후에 법원과의 협력이나 헌재법 개정을 통해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지금으로서는 USB를 활용한 기록 송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안 문제나 분실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기록 송부에 대해 다른 수단을 이용할 법적 근거나 헌재와 법원 사이의 절차 협의도 당장은 없는 실정이다. 당분간 기록이 오가야 할 경우 인증등본 송부촉탁 제도를 통한 종이 송부가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법원에서 헌재로 기록을 트럭 등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헌재는 대부분의 청구는 각하될 것이며, 전체 기록을 요구하는 사건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 차장은 간담회에서 “모든 재판 기록이 헌재의 기록으로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일부 기록에 대해서는 법률상 제도화돼있는 방법으로 송부가 가능하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기록 송부에 대해 “필요할 경우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절차를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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