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이 점점 손상되면서 시야 장애가 발생하는 병. 녹내장은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과 함께 실명을 초래하는 3대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을 아예 잃어버릴 위험이 크다. 중·장년층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20~30대 젊은 환자도 늘면서 눈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박세희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녹내장 원인과 진단, 치료법 등을 정리했다.
━
자각 증상 없어 무섭다, 젊어도 방심 못 해
녹내장은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지만, 발병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대부분 눈 주변부의 시야 결손에서 시작해 점차 중심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이미 시야가 상당히 손상된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급성으로 찾아오는 폐쇄각녹내장은 다르다. 갑작스러운 눈 통증과 충혈, 두통, 급격한 시력 저하 등이 대표적 증세다. 이럴 경우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녹내장 발병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20년 96만7554명에서 2024년 122만3254명으로 4년 새 26.4%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환자가 가장 두드러지지만, 젊은 환자도 드물지 않다. 2030 환자는 4년간 1만4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 확대, 진단 장비 발달 등으로 과거보다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녹내장이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위험 요인 있다면 매년 안과 검진받아야
녹내장을 일으키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중 안압이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안압이 상승하면 시신경이 손상되고, 이를 방치하면 시야 손실이 진행되는 식이다. 다만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다고 녹내장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정상 안압인데도 시신경 손상이 나타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결국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녹내장 가족력 같은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정기적인 녹내장 검사를 일찍부터 하는 게 좋다. 40세 이상, 고도 근시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했거나 당뇨병·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녹내장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젊다고 안심하기보다 위험 요인이 있다면 조기에 검사를 받는 게 평생 시력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
치료는 안약부터, 조절 안 되면 수술을
녹내장은 안압 검사, 시신경 손상 정도를 확인하는 안저 검사와 빛간섭 단층 촬영, 시야 손상 범위를 평가하는 시야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엔 라식·라섹 등 시력 교정술을 받은 환자가 늘면서 각막 두께 측정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검사는 실제 안압을 보다 정확히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녹내장 판정을 받은 뒤 제일 먼저 하는 치료법은 안약으로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안압을 낮춰 시신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추가 손상을 막는 게 목표다. 이러한 약물치료에 차도가 없다면 수술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엔 최소침습녹내장수술이 안전성 높고 회복이 빠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급성으로 발생하는 폐쇄각녹내장은 빠르게 안압을 낮춘 뒤, 레이저 홍채 절개술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