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라 반 전체 단톡방이 생겼다는데 오픈채팅방이래요. 오픈채팅 문제가 많다고 들어서 미성년자 접속 금지 조치를 해뒀는데, 해제도 어렵네요. 제가 너무 과민반응인가요?”
최근 한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학부모들은 “요즘은 선생님 연락처를 안 가르쳐줘 수행평가 등 공지를 톡방에 올리더라”, “범죄 노출 우려로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해 놨는데 학교 공지사항을 못 받는 구조라 결국 해제 신청하는 중”, “왜 나만 오픈채팅 못 들어가냐고 따지는 애랑 전쟁이다” 등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부모는 “오픈채팅이 안 좋아서 막아놨으면서 정작 교사들은 오픈채팅을 이용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새 학기 각종 학내 공지사항이 오픈채팅 등 민간 메신저로 전달되면서, 자녀 안전을 중시하는 학부모와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교사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공식 소통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특히 선택과목이 많은 중·고교 특성상 과목 교사별로 오픈채팅방이 개별 개설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오픈채팅 접속을 차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2024년 5월부터 카카오톡의 미성년자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온라인 그루밍 등 성범죄와 숏폼 콘텐트 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한 학부모는 “아이 보호를 위해 잠가둔 대문을 학교 공지 확인을 위해 강제로 열어야 하는 상황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사들에게 오픈채팅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소통 수단으로 인식된다. 최근 교사의 SNS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공유하거나 외모를 품평하는 등 사생활 침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오픈채팅을 주로 활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오픈채팅방 관리자 기능을 활용하면 교사만 공지를 올릴 수도 있고 개인 사진을 비공개할 수 있어 심리적 부담이 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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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플랫폼, 서버 오류·기술 오류 빈번
정부나 교육청, 일선 학교가 활용하는 공식 소통 플랫폼이 있긴 하지만, 활용률은 학교·교사에 따라 제각각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e알리미’ 등 학교 행정 시스템과 ‘하이클래스’, ‘클래스팅’ 등 민간 소통 플랫폼이 혼재돼 사용 중이다.
특히 다수 학교가 채택한 공지 플랫폼 e알리미의 경우 종이 가정통신문을 전자화한 형태에 그쳐, 즉각적인 확인이 필요한 학급 공지나 실시간 소통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또 학기 초 이용자가 몰릴 때마다 접속 지연이나 서버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로그인 정보가 자주 초기화된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접속 지연이나 시스템 과부하 등 기술적 결함이 잦고, 통합 인증 시스템의 절차가 복잡해 학부모들이 접근하는 데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개인정보 보호와 학생 보호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도록 서버 안정성이 확보된 전용 플랫폼을 강화하거나, 민간 서비스에 학교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무너진 교육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교육 수요자의 편의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기술적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 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검증된 민간 플랫폼을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